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4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통일방안의 공통성을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성을 인정하는 선에서 접점을 찾은 것이다.

또 통일문제를 한반도의 주인인 남북이 ''자주적''으로 해결하는데도 동의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물론 미.일.러.중 등 주변 이해관계국간 통일논의가 급류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남과 북은 상대방의 통일방안을 부정해 왔다.

북한의 고려연방제는 주한미군 철수 등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우리측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화해.협력단계->남북연합단계->1민족 1국가의 통일국가 완성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남쪽은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이 남조선혁명을 전제로 한 적화통일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의심했고 북측은 남한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흡수통일 의도라며 배척했다.

양측의 통일방안이 통일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반목과 불신을 불러 일으킨 요인으로 작용해온 것이다.

그러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사이에 공통점도 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첫단계로 규정하고 있는 연합단계는 북쪽의 연방제 주장과 공유점이 많다.

남북간 체제공존을 인정하고 흡수(적화)통일을 포기하는 점을 담고있어 그렇다.

이번 정상간 합의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 것이다.

결국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교와 군사에 관한 권한은 지금처럼 각각 ''지방정부''가 갖는 이른바 남북 ''1국 2정부'' 구상에 두 정상이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박준영 청와대 대변인)

이번 공동선언이 남쪽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전체를 거론하지 않고 ''연합'' 제안만 언급한 것이나 북쪽의 통일방안에 ''낮은 단계''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도 상대방의 통일방안을 인정.수용하려고 노력한 흔적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는 김 대통령이 야당지도자 시절부터 주장해온 남북연합->연방제->통일국가의 3단계 통일론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중 1단계인 남북연합은 남북경제공동체 건설과 함께 군사적 신뢰와 군비축소, 경제협력을 이루는 단계다.

남북은 또 통일문제의 ''자주해결 원칙''에도 동의했다.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도 남북은 외세간섭을 배제한 자주통일 원칙에 합의했다.

단지 이번 선언문에는 ''외세''라는 표현대신 ''우리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라는 내용으로 대체된 것 뿐이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남북 관계 변화에 따른 국가안보 및 이념적 정체성 확립 차원의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주적 통일을 강조는 했지만 한반도 통일과 미국 중국 등 주변 4강간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우리측은 주한 미군문제와 관련, 남북한 및 미국간 공통 분모를 찾아야 하며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과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중 택일을 해야 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