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직전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가 세미나를 열었다.

당연히 정상회담후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주제발표자로 나온 조엘 위트 연구위원의 답이 뜻밖이다.

"한국은 앞으로 중국을 더 중시할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정부가 중국에는 무게있는 홍순영 전 외무장관을 대사로 내보내고 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양성철 의원을 대사로 내보내기로 한 것만 봐도 알수 있다"고 말했다.

청중중 한 한국인이 "김대중 대통령이 양 의원을 미대사로 보낸 건 양 의원이 김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측근중 한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미국을 소홀히 한다는 건 적절치 않은 얘기며 오히려 그 반대로 봐야한다"고 순발력있는 코멘트를 했다.

미국청중들이 이를 애교로 받아들이며 웃어넘겨 자연스런 분위기가 연출됐다.

영어에는 "한 마리의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는 표현이 있다.

마찬가지로 위트 위원의 말이 미국의 전반적 인식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는 94년 제네바 핵 합의 당시 미 국무부의 조정관이었다.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의 한 사람이다.

그런 중진 외교전문가의 입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곰곰이 따져 볼 구석이 많다.

표면적으로 미국은 남북정상회담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속내로 파고들면 등식계산이 복잡해진다.

"정상회담이 1회로 성과없이 끝나면 큰 변화가 없겠지만 2차,3차회담이 이어지고 그 결실이 가시화되면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다 (stressful) "는 위트 위원의 발언은 이같은 미국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냉전종식후 한반도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독주가 계속돼왔다.

일본 중국 러시아가 있지만 미국의 영향력에 비할 바 못된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한이 주도한 것이고 따라서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과 그 기상도에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그 변화가 미국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볼만한 구석이 별로 크지 않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미국은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무드가 정착되는 경우,한반도에서의 미군 존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딜레마까지 안고 있다.

위트 위원의 "한국의 중국중시론"은 미국인들의 이런 복잡한 계산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http://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