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IMF(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에 접어든이후 정부관료 기업분석가는 물론 외국언론들까지 경쟁적으로 나서서 한국적경영시스템(오너가 이끄는 선단식경영)에 대해 경쟁적으로 비판했다.

한국이 경제가 부도를 낸 책임을 기업,특히 오너들에 미루는데 대해 당사자들로선 할말이 많다.

한국식 경영은 외환위기전에는 이른바 아시아 4룡(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의 경제발전 연인차로서 외국 유수 경영대학원(MBA)의 사례분석대상이 정도로 평가를 받았다.

선단식경영도 국내자본과 기술축적에서 취약한 한국의 창업주들이 선진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비법으로 꼽힐 정도였다.

그랬던 기업주들이 하루아침에 개혁대상으로 전락했으니 당연히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전경련 관계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실패한 기업주들은 누가 뭐래도 스스로 원인제공자일 수 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시대변화를 제대로 읽지못한 패착을 둔 것은 사실이라고 오너체제를 옹호하는 친기업적인 학자들도 지적한다.

이를테면 90년대 초반 유수그룹들의 경쟁적인 자동차,반도체투자와 실패는 분명히 오너의 실패로 기록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지난 40년간 한국경제를 지배해온 오너경영이 한계를 맞게되고 이를 변화하도록 강제하는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요컨데 과거의 성공을 보장했던 방식이 오늘은 더이상 통하지않게됐다는 사실이다.

이를 깨달은 오너는 아직도 건재하고 이에 둔감했던 오너들은 사라져갔다고 조 교수는 분석한다.

그 요인은 대략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오너들이 창업하던 시절과 글로벌스탠더드가 지배하는 현재는 경영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 지적된다.

오너경영자들이 창업한 초기엔 자기 돈을 투자해 소유와 경영이 한덩어리로 묶여진 이른바 "기업=기업주"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금융의 발달로 오너지분은 줄었고 분산돼 있다.

이해당사자들이 대주주 본인과 소액주주 외국인주주 직원 등으로 다양해졌다.

그만큼 재무 회계등에서 투명함이 요구되고 의사결정과정에서도 이들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높아진 상황이다.

조동성 교수는 "정부 영향력이 강한 경제구조에선 정부라는 한 채널만 상대해도 기업을 운영할 수있는 오너경영이 가능했지만 주주나 수많은 고객이 이해당자가가 된 지금시대엔 전문가만이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너경영이 전문경영으로 바뀌도록 하는 또다른 요인은 글로벌 경쟁과 팔물건이 넘치는 디플레이션 시대의 도래를 전문가들은 꼽고 있다.

실패한 오너경영자들은 팔물건이 모자라던 인플레시대의 사고(생산자및 공급자중심 경영)를 고집하다가 결국 시장에서 좆겨안 것으로 봐야한다.

특히 글로벌경쟁을 헤쳐가는 돌파구인 외국기업들과의 전략제휴마저도 "(경영권)독식주의"를 고수하다가 위기를 초래한 오너들도 한둘이 아니다.

"한국기업과 50대50의 합작하면 경영권행사는 커녕 돈대는 역할만 하게된다"는 주한 외국계기업들 사이에 회자됐던 말이 이를 잘 반영한다.

창업세대의 경영사고로선 도저히 따라잡을 수없는 인터넷 바이오 등 신기술 홍수와 초기 연구개발및 투자비의 기하급수적인 팽창도 오너경영의 리스크를 증폭시키고있다.

SK 롯데 코오롱 한화 등에서 2세들이 창업세대를 대신해서 e비즈니스 생명공학 등 분야에서 테스트를 받고있는 것도 오너경영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오너경영은 나쁘고 전문경영은 좋다"는 2분법적 단순논리 보다는 "오너라도 전문적인 경영능력과 경영실적으로 평가받으면 된다"는 것이 설득력을 갖는다.

삼성사례를 보자.

이건희 삼성회장은 80년대초반 D램반도체사업을 시작할 무렵 회로설계방식 선택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다.

삼성 참모들은 스택(웨이프위에 회로를 쌓아가는 방식)과 트렌치(웨이프를 파내 회로를 심는방식)구조를 놓고 갑론을 벌였다.

이 회장은 "집을 지을 때 파내려가는 것보다 위로올리는 것이 쉽다"는 점에 착안,스택구조를 선택했고 적중했다.

반대방식을 택했던 IBM등은 D램반도체시장에서 퇴장당했다.

이 회장의 당시 결단은 오너이었기에 가능했던게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륜을 쌓았기에 가능했었다.

오너가 프로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질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오너체제의 당위성이 좌우될 것이 틀림없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