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물건을 배달하는 "퀵서비스"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대책마련에 늑장을 부려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배달하던 물건이 손상되고 소비자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퀵서비스로 불리는 "이륜특송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가격체계와 보상책임 등을 명시한 법규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업실태와 문제점=서울시에는 5백여개 업체가 1만여대의 오토바이로 하루에 평균 4만~5만건의 물건이나 서류를 배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체당 20여대의 오토바이를 가지고 대당 하루 평균 4~5건 정도를 배달하는 셈이다.

그러나 신고되지 않은 업소들을 감안하면 실제 퀵서비스 영업을 하는 오토바이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퀵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운송화물이 파손되거나 분실돼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은 피해를 배상할 능력이 없다.

책임을 보상능력도 없는 운전자에게 돌려 애꿎은 소비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일부 업소는 아예 운전자들로부터 "분실이나 파손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받는 곳도 있을 정도다.

녹색소비자연대 등의 시민단체와 소비자보호원 등에 피해사례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으나 관련법규나 약관 등 소비자보호 장치가 없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세업체가 난립하다보니 가격경쟁도 치열하다.

신속하고 싼 값에 배달하려다 보니 과속.난폭 운전이 판을 치고 오토바이 교통사고가 급증하는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업계의 제도화 요구=1백여개의 퀵서비스 업체가 가입한 이륜특송협회는 퀵서비스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달라고 서울시와 건설교통부에 건의하고 있다.

"이륜자동차 운송업"에 대한 법규를 신설,업체들간의 지나친 가격경쟁과 난폭운전에 따른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퀵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는 택배업체들도 퀵서비스업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통운의 경우 퀵서비스 업체의 운전자에게 대한통운 로고가 있는 옷을 입히고 사고가 일어나면 자신들이 전액 보상해 주었다.

하지만 사고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고 운전자 관리도 어려워 지난해 이 사업을 포기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등이 늘어나면서 대기업들이 퀵서비스업에 뛰어들고 싶지만 요금체계가 서있지 않고 배상책임에 관한 법규도 없어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늑장 대응=서울시는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퀵서비스 업체에 보험가입과 약관 제정을 의무화하고 배달원 자격을 엄격히 규정하도록 화물운수사업법을 개정해 달라고 건설교통부에 건의했다.

서울시는 이와는 별도로 시정개발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퀵서비스업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건교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퀵서비스업에 대한 법규를 신설하는 것은 규제완화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시내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퀵서비스용 오토바이에 대해 규정위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어 법률의 실효성도 확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사고가 빈발하자 독립업종 신설의 장단점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을 뿐 전책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황기연 박사는 "오토바이 퀵서비스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규제를 해서라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법규를 하루빨리 마련하는 것은 물론 업체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등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양준영.유영석 기자 tetriu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