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벌판을 달리던 한민족의 드높은 기상을 세계에 심는다"

국산 온라인 게임의 선두주자인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출시하면서 내건 모토다.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역사를 배경으로 만든 실시간 온라인 게임.

넥슨은 게임 출시 2년여만에 만주를 지배하던 고구려의 옛 영화(榮華)를 오늘에 되살려냈다.

"바람의 나라"가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시장으로 속속 진출하면서 전세계 젊은 게이머들을 사로잡은 것.

현재 이 게임은 동시접속자수 20만여명으로 전세계 온라인 게임중 최고수준이다.

한국에서만 사용자수가 1백40만여명에 달한다.

단일 게임으로 올해 1백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이미 미국과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프랑스 브라질 싱가포르 등에도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한국 게임은 이제 세계 시장에서 왕국 건설을 꿈꾸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게임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게임 강자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이는 남다른 벤처정신에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열정, 게이머들의 호응 등 삼박자가 한데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국산 게임의 성과는 특히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눈부시다.

온라인 게임은 인터넷상에서 수천, 수만명의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돼 동시에 승부를 벌이는 게임.

"바람의 나라"와 함께 온라인 게임의 쌍벽을 이루는 "리니지"도 대표적인 사례다.

엔씨소프트가 만든 "리니지"는 가상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를 만들어 마치 현실세계에서처럼 힘을 키우고 혈맹을 맺으면서 생존해 나가는 온라인 게임이다.

최근 국내 온라인 게임으로는 처음 2백50만 사용자 시대를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리니지의 주역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리니지를 아직 세계시장에 본격 내놓진 않았지만 이미 명성을 접한 외국의 게임 마니아들도 한국 홈페이지를 방문해 리니지를 즐기고 있다"며 "연말께면 리니지가 대표적인 디지털 상품으로 전세계 네티즌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미국과 대만에 리니지를 수출키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고 홍콩과 싱가포르 등과의 계약도 성사단계에 있다.

넥슨이 만든 "퀴즈퀴즈" 역시 불과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안에 1백5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면서 세계 네티즌들을 퀴즈열풍으로 몰아갔다.

넥슨의 김정주 사장은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만큼은 국산 기술력이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앞선다"고 자신했다.

온라인 게임보다는 뒤지지만 흔히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 PC게임 분야에서도 국산 게임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판타그램이 내놓은 "킹덤 언더 파이어"와 소프트맥스가 만든 "템페스트" "서풍의 광시곡"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게임은 세계 곳곳에 수출돼 스타크래프트와 피파2000 등 세계적인 PC게임과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킹덤 언더 파이어"는 박진감 넘치는 멀티플레이 기능으로 게이머들을 사로잡으면서 이미 미국의 메이저 게임유통사인 GOD와 국산 게임으로는 처음 북미지역 총판계약을 맺는 등 전세계적으로 2천5백만달러 규모의 수출을 진행시키고 있다.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 역시 세계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지씨텍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개발한 낚시게임 "판타지 오브 피싱"이 대표주자.

이 게임은 한국 토종 어종의 생동감있는 입질을 고급 카본 낚싯대를 통해 실제와 똑같이 느끼게 해주는 게임으로 최근 프랑스 게임 유통업체와 3년간 6천6백만달러의 독점 계약을 맺어 단일 게임 수출로는 사상 최고액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세계 게임시장 규모가 올해말 1천6백억달러에서 2002년말께는 2천6백80억달러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함께 국내 게임시장 규모도 올해 7천5백억원에서 2002년께는 1조1천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