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에 "주리라"로 나온 여자분 누구죠? 신인 같던데...귀여운 가시네. 겜방 와서 보길 잘했지"
"만화로 즐겨보았던 무대리를 인터넷방송으로 보게 되다니...오늘은 휴일이라서 집에서 편하게 보았슴다...샐러리맨의 호프 무대리 화이팅!"
무대리 팬들이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들이다.
여기에 나오는 "무대리"는 인터넷방송 크레지오(www.crezio.co.kr)에서 방영중인 시트콤 "무대리 용하다 용해!"의 주인공 "무용해 대리"를 말한다.
번개머리, 매기 입술, 볼록한 배와 어리숙한 언행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런 그가 네티즌의 우상, 샐러리맨의 호프로 떠오르고 있다.
무 대리(배역 박철)는 직장에서는 이름 그대로 무능한 사원이다.
상사인 마 부장(양택조)에게 야단맞고 선배인 왕 대리(조형기)에게 놀림당하고 여사원들한테도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런 그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용하게 잘 견디기 때문이다.
무 대리는 어리숙하지만 때로는 돈키호테처럼 용감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시청들은 용기를 얻는다.
현재 "무대리 동호회"에는 4백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무 대리에게 갈채를 보내고 있다.
시트콤 "무대리 용하다 용해!"는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인터넷 드라마도 내용만 좋으면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사실이 "무대리..."를 통해 확실하게 입증됐다.
설립된지 한달밖에 되지 않은 크레지오닷컴은 "무대리..." 덕에 북마크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무대리..."는 VOD(주문형 비디오)가 보편화됐을 때 방송 드라마가 어떻게 달라질지 가늠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VOD란 시청자가 보고 싶은 드라마나 비디오를 주문해서 보는 서비스.
"무대리..." 시청자들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크레지오에 들어가 드라마를 주문해서 본다.
현재 크레지오 사이트에는 25회분이 올라 있다.
인터넷 드라마의 흠이라면 아직 전송속도가 빠르지 않아 대형화면으로 시청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부가 1천배 빠른 인터넷을 준비하고 있어 2~3년 뒤면 공중파 TV에 버금가는 화질로 인터넷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때쯤이면 컴퓨터와 TV가 결합한 인터넷TV가 보편화될 것이기 때문에 TV로도 VOD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사이버월드에서 무 대리를 위협하는 인물이 있다.
김대리 사이트(www.kimdaeri.co.kr)의 김 대리다.
크레지오를 시끌벅적한 나이트클럽이라고 치면 김대리 사이트는 조용한 까페로 비유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요란한 드라마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상사에 치이고 신입사원에게 밀려 소주로 속을 삭이는 대한민국 대리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김대리 사이트는 게시판 이름부터 특이하다.
니나 잘해, 내 쥐꼬리, 내 마누라, 출근부 등 하나같이 샐러리맨의 애환이 배어 있다.
30대 대리급 샐러리맨들은 이곳에 들러 수다를 떨고 상사를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니나 잘해" 게시판에는 "팀장이 새로 와서 융통성 없이 원리 원칙을 따지는데 돌아버리겠다...옛말 그대로 구관이 명관이다...혹시 자신도 이런 부류의 팀장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는 글도 올라 있다.
무 대리와 김 대리는 샐러리맨들의 자화상이다.
현재 무대리와 김대리 사이트에서는 IMF 불황을 벗어나느라 지칠대로 지쳐 있는 386세대 샐러리맨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월급봉투가 두둑해지는 날엔 웃음과 농담이 가득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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