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어떤 개인적인 모임에서 미쓰비시상사의 마키하라 미노루 회장을 만났다.

그는 모회사인 중공업 도쿄미쓰비시은행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그룹인 미쓰비시의 핵심 멤버중 한사람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게이단롄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일본의 간판 경영인으로 꼽힌다.

그는 "종합상사의 새로운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글로벌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정보기술(IT)분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종합상사도 백화점식 경영에서 탈피,시대상황의 변화에 대처해야 할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제발표가 끝나기가 무섭게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의 핫 이슈는 바로 미쓰비시그룹의 결속문제였다.

그는 "미쓰비시 금요회가 한달에 한번씩 열린다. 30개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점심을 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그러나 비즈니스는 협의하지 않는다. 서로간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룹차원에서 계열사 경영을 논의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자동차의 제휴와 관련,"글로벌마켓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형차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며 "자동차가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상사는 다만 주주입장에서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자동차의 제휴를 독립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마키하라 회장이 털어놓은대로 미쓰비시그룹의 결속력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와 다임러 크라이슬러간 제휴도 그 사례의 하나다.

상사와 도쿄미쓰비시은행은 외자도입을 통한 자동차의 회생을 지지했다.

그러나 모기업인 중공업은 다임러의 34% 지분참여에 강력 반발했다.

중공업의 사장 회장을 거친 금요회의 핵심멤버인 아이카와 겐타로 상담역은 "경영의 자주성은 확보해야 한다"며 제휴에 끝까지 반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공업과 전기 상사등 3개계열사가 항공우주사업을 위해 미국의 보잉사와 제휴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환기를 맞고 있는 항공우주사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개약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상사등이 나서 아예 미쓰비시석유를 닛폰석유에 넘겨버렸다.

그룹이 나서 살려주던 관례에 종지부를 찍어버린 것이다.

"스리 다이아몬드".다이아몬드 3개를 합친 미쓰비시의 기업로고는 일본 대기업그룹의 상징으로 통해왔다.

강력한 계열화체제를 바탕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그룹으로 자리를 굳혀왔다.

일본과 미국간 통상문제로까지 비화된 계열화시비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그러나 글로벌화로 상황이 달라졌다.

그룹이 계열사를 지배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 dc4.so-net.ne.j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