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장부가 대단히 알찬 것으로 나타났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최근의 증시 상황은 상장사들이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결과란 이야기다.

증권거래소가 11일 발표한 "상장법인의 잉여금 및 유보율 현황"은 이를 선명히 보여준다.

상장사들은 지난해에만 48조4천7백21억원의 잉여금을 새로 쌓는 등 많은 여유자금을 굴리고 있다.

특히 조사대상의 절반이 넘는 2백63개사는 여유자금만으로도 자사 주식을 모두 사들이고 남을 정도다.

증시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형편이 이처럼 좋은데도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상장사가 배당확대 무상증자 실시 등의 주주 관리 노력만 기울인다면 주가는 곧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주주우대" 관행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기업별 잉여금 =역시 싯가총액 상위사들이 많은 잉여금을 쌓아 놓고 있다.

지난 9일 현재 싯가총액 19조8천4백31억원인 한국전력은 지난해 말 총잉여금이 26조6천9백18억원에 달했다.

상장사중 최고 수준이다.

이 회사는 하나로통신 두루넷 드림라인 온세통신 등 통신업체의 지분을 팔아 많은 여윳돈이 생겼다.

삼성전자는 10조7천9백66억원의 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포항제철(8조8천8백39억원) 현대전자(7조4천3백억원) 한국통신(6조2천8백85억원) 등이었다.

잉여금 상위사들은 우선 영업이익을 많이 냈다.

또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식발행초과금도 많이 쌓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항공 현대자동차 SK 대림산업 등은 유상증자로 사내 유보금이 늘었으나 주가는 크게 하락해 싯가총액이 잉여금을 밑돌았다.

특히 태광산업 연합철강 롯데칠성음료 등은 주당잉여금이 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대표적 종목으로 꼽혔다.

태광산업의 경우 총잉여금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주당잉여금이 79만3천2백18원으로 주가(32만5천5백원)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 유보율 =기업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유보율면에서 태광산업이 부동의 1위를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유보율은 1만4천3백83.8%나 됐다.

유보율이란 자본총계에서 자본금을 뺀뒤 다시 자본금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추후 무상증가 가능성이 높은 주식으로 꼽힌다.

자본금이 56억원인 태광산업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8천63억원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많은 유보금을 보유하고도 무상증자를 실시하지 않아 주주에게 무관심한 기업이란 평을 듣고 있다.

SK텔레콤(8천8백81.4%) 쌍방울(7천4백70.1%) 영풍(6천64.3%) 등도 유보율 상위 기업에 랭크됐다.

남궁덕 기자 nkdu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