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삼철 박사(LG전자 창원공장 리빙시스템연구소 팀장)는 지난 96년 3월초 저녁 TV뉴스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고석근 박사가 금속의 겉면 구조를 바꾸는 원천기술을 세계 처음 개발했다는 뉴스에 눈이 번쩍 띄었다.

하 박사는 다음날 서울 홍릉의 KIST를 방문, 고 박사에게 에어컨 성능을 떨어 뜨리는 요소인 핵심부품인 열교환기에 표면개질 기술을 적용해 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두 사람은 신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즉시 의기투합했다.

두 사람은 그 후 4년만에 세계최초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첨단에어컨을 선보였다.

김쌍수 LG전자 부사장은 1일 창원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KIST 원천기술인 플라즈마 표면개질기술을 응용해 세계 처음으로 성능을 반영구적으로 유지하는 에어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KIST가 개발한 원천 기술이 국내에서 상용화를 이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박호군 KIST 원장은 강조했다.

에어컨 열교환기는 알루미늄핀으로 구성돼 있으며 시원한 바람을 내주는 역할을 한다.

방안의 습기를 빨아들여 모은 응축수가 잘 흘러 내리도록 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기존 에어컨은 알루미늄핀에 물과 친한 성질(친수성)을 내도록 화학적인 도료를 발라 기능을 낸다.

기존 열교환기는 3년정도 지나면 친수성이 평균 15%정도 감소하고 소음이 2데시빌정도 높아지며 바람통과가 어렵게 되는 등 성능이 급속 저하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하삼철 박사는 전했다.

고석근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플라즈마라는 제4에너지를 열교환기 알루미늄핀의 표면에 물리 화학적으로 처리해 친수성을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 제품은 따라서 냉방성능 저하와 소음증가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친 환경적 요소까지 완벽하게 구현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 박사는 고박사와 함께 20명의 자체 연구진과 7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상용화 연구를 해 왔다.

수십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일본 마쓰시타사로부터 이 기술이 한계를 갖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

LG는 6시그마 경영혁신 기법을 적용해 최근 파이로트 생산라인에서 1천대의 열교환기를 생산,에어컨을 만들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세계 특수지역에 대한 사용조건 테스트도 끝냈다.

LG는 이달부터 첨단 열교환기를 적용한 룸에어컨 휘센을 만들어 5백만원대의 가격으로 판매에 나선다.

8월까지 1차 양산시설을 완료하고 점차 시설을 확대(투자비 총 1백억원)해 내년엔 이 열교환기를 쓴 에어컨을 1백50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 GE와 일본의 마쓰시타 등 에어컨 선진업체들이 가공설비의 공급을 타진해 오고 있다"며 앞으로 막대한 로열티 수입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LG는 첨단 에어컨을 앞세워 2003년 금액베이스 20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 1위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윤진식 기자 jsyo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