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상은 생전 처음입니다.

그동안 보살펴주신 할머니와 기쁨을 함께 하고 싶어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모범근로청소년 국무총리 표창자로 선정된 전방 전남 영암공장 여직공 김안자(19)양.

김 양은 수상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교진학을 포기하고 "돈벌이"에 나서야 했던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 이처럼 큰 경사가 자신에게는 오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김양의 탯자리는 전남 진도군 군외면 불목리.

한때는 김양에게도 단란한 가정이 있었다.

농사를 짓는 부모와 할머니.

비록 생활은 어려웠으나 가족간엔 늘 따뜻한 정이 흘렀다.

그랬던 가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6년.

생활고가 깊어지면서 어머니가 가출했던 것.

어머니의 가출로 아버지는 농삿일을 멈춘 채 술로 세월을 보냈고 급기야 지난 96년엔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아예 등졌다.

"그땐 정말 막막했어요.

세상에 남겨진 가족이라곤 80세가 넘은 할머니와 저뿐이어서 무척 외롭기도 했고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유치원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은 그는 진학대신 직장을 택했다.

전남 영암에 있는 전방 이 진도에 있는 중학교를 돌며 여직공을 모집하자 선뜻 지원서를 냈다.

그리고 이제 가정 대신 직장에서 김양은 새로운 미래를 꿈을 펼치고 있다.

어려움은 내색하지 않고 직장생활에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3교대근무에 휴일이면 꼬박꼬박 잔업을 해야하는 빠듯한 생활속에서 김양은 산업체 위탁학교인 영암 행복전자공고를 졸업했다.

지난해에는 성화대학 사회체육과에 입학했다.

매달 1백만원도 안되는 박봉을 쪼개 20만원을 진도에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보내고 30만원은 꼬박꼬박 통장에 넣어 지금은 자신의 연봉보다 많은 1천5백만원을 저축했다.

학비까지 제외하면 김양의 용돈은 거의 없는 셈이다.

부지런한 천성은 직장생활에서도 발휘됐다.

재해위험이 많은 염색부서에서 근무하며 품질향상을 위한 분임조활동에 적극 참여해 실엉킴 방지 등 작업개선 방법을 제안하고 특히 염색공정 중 발생하는 염반사고 예방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자신이 열심히 살면 주변사람들도 돕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주변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꾸미기를 잘하는 소질을 살려 앞으로 의상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지난날의 불행을 걷고 이제 자신감을 얻은 소녀가장의 당찬 포부다.

< 영암=최성국 기자 skchoi@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