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백인홍이 이해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권 의원에게 덧붙여 말했다.

"그런데 자식에게 돈을 남기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뺏을 확률이 많아.자기 힘으로 버는 데서 오는 단순한 행복 말이야.또 정부에 남기면 그 돈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무기를 사오느라고 외국 무기업자에게 갖다 바치지.결국 동포를 죽이는 데 사용되거나 필요도 없이 언젠가 다 고철이 될 거면서 말이야"

"참 재미있는 이론이구나"

권혁배가 중얼거렸다.

"그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야.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면 책임을 져야 해.여자를 잘못 건드리면 책임을 져야 되듯이 말이야.돈을 번 것도 마찬가지야.다른 사람에게 갈 돈을 차지했으니 그 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해.책임지는 방법은 죽기 전에 다 써버리는 거야.여자를 임신시켰을 때 우리 그렇게 얘기하잖아.야! 이 새끼야, 네가 잘못했으니 네가 책임져,라고"

백인홍이 큰소리로 외쳤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자신에게 얘기하는 거야.야! 이 새끼야,네가 벌었으니 죽기 전에 네가 다 쓰고 죽어.이 개새끼야!"

백인홍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호통쳤다.

그리고 소리내어 웃었다.

잠시 후 웃음을 그친 백인홍이 권혁배에게 물었다.

"...진성호는 왜 팔겠다고 해?"

"나도 잘 모르겠어.자기 형처럼 사업에 싫증이 난 모양이지"

"진성구는 아직도 예술활동을 한다며 건달생활을 하고 있나?

"지금은 <박정희의 죽음>이라는 뮤지컬을 제작하고 있대, 여동생 진미숙이 연출을 맡고..."

"여주인공은 보나마나 이혜정이겠군"

백인홍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

"진성구가 이혜정과 아직도 그런 관계를 맺고 있나?"

"아닐 거야.이혜정은 5년 전 결혼을 했잖아"

"난 몰랐는데.. 누구하고?"

"영문학을 전공하는 대학교수래나봐"

"진성구만 불쌍하군"

"그래도 좋아하는 여자를 옆에서 볼 수 있으니까 불쌍하진 않지"

백인홍이 말했다.

"아..참.진성구가 며칠 전에 나한테 전화를 해왔어.자기 단원 중 한 사람이 남동생이 데모를 하다 잡혔는데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더군.그런데 바로 그 단원이 모델 김명희씨래"

권혁배의 말에 백인홍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확실히 김명희라고 했어?"

백인홍이 다급히 물었다.

"확실해"

백인홍이 침묵 속에 연거푸 술만 들이켰다.

"왜 기분 나쁜 일이 있어?"

권혁배가 불안해하며 물었으나 대꾸를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백인홍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들!"

백인홍이 이를 악물고 말을 내뱉으며 들고 있던 잔을 소리나게 탁자에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