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까지 받게된 데는 "못믿을 회계장부"가 한몫 단단히 했다.

당시 외국은행들은 장부상으론 멀쩡하고 외부감사까지 받은 기업이 하루 아침에 부도를 내는 한국에서 미련없이 떠났다.

이런 불신이 "못믿을 BIS(국제결제은행)비율"로 다시 재연될까 걱정스럽다.

종합금융회사 상호신용금고 등 작은 금융회사들이 금감원에 보고하는 BIS비율이 뚜껑을 열어보면 어느 하나 정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터진 뒤 실사를 해보면 포장과 내용물에 차이가 너무나 난다.

나라종금은 지난해말 현재 BIS비율이 12.69%라고 금감원에 보고했는데 올 1월에 영업정지됐다.

실사 결과 자산이 무려 1조3천억원이나 모자랐다.

BIS비율은 당연히 마이너스다.

겉으론 우량 금융회사가 실제론 부실덩어리였다.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데 당장 국민세금(공적자금)이 3조4천억원이나 들어가야 한다.

스위스은행 컨소시엄에 넘어간 아세아종금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BIS비율이 10.07%에 달하고 지난해 4~12월중 2백86억원의 이익을 낸 회사가 단돈 10달러에 팔렸다.

금감위 관계자는 "해외매각은 잘된 일이나 자산부족상태이거나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금고는 사정이 더 열악하다.

금감원은 1백75개 금고의 실태를 파악해놓고 있지만 BIS비율은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금고의 BIS비율 작성이 미숙한 데다 개별회사의 BIS비율이 노출되면 부실 금고는 당장 예금인출 사태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감원이 지난해 부실로 판명난 26개 금고를 현장 점검한 결과를 보면 그냥 덮어놓기 어렵다.

26개 금고가 금감원에 보고한 BIS비율(지난해 6월기준)은 평균 4.83%였는데 실제론 마이너스 0.67%로 드러났다.

공매도 사건의 주역인 우풍금고도 BIS비율이 마이너스였다.

미리 솎아내지 않은 탓에 사회 문제로 커졌다.

부실해진 종금과 금고가 보고한 BIS비율은 믿을 게 하나도 없는 셈이다.

정부와 금감원이 쉬쉬한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견실한 금융회사까지 도매금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멀쩡한 귤상자에 썩은 귤이 들어 있으면 전체가 썩어버린다.

썩은 귤을 빨리 골라내야 나머지 귤을 건질 수 있다.

정부는 적어도 썩은 귤을 다 골라낼 때까진 금융구조조정이 최대 치적이란 얘기를 삼갔으면 한다.

오형규 경제부 기자 ohk@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