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여의도 중소기업전시관에서 롯데 세븐일레븐의 신년 상품 전시회가 열렸다.

겨울의 때를 벗고 새 봄에 맞는 전시기법을 선뵈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행사기획을 진두지휘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진열장을 샅샅이 점검하고 담당 임직원들과 레이아웃 및 상품구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전시관 귀빈실에서 신 부회장을 만났다.

그동안 국내 언론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했느냐는 질문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생 각했었다"면서 "이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계기로 더 자주 얼굴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고객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늘려나갈 것"이라며 한국사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부친(신격호 회장)께선 롯데의 기업이념인 "리버티 라이프 러브" 3L을 명실상부하게 꽃피웠다는 평가를 받고 계신데 2세로서 부가해야 할 기업가치가 있다.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라는 것은 잘 알고있다.

하지만 3L 정신은 디지털 시대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고 계속 추구해야 할 가치관이라고 확신한다.

꼭 추가하라면 풍요라고나 할까.

이 개념 역시 이미 3L에 녹아들어있다고 보지만..."

-롯데가 앞으로 추가해야 할 경영마인드랄까 전략이 있다면.

"식품 유통부문은 가장 도메스틱한 사업이지만 이제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제과의 경우에도 한국시장만 바라보던 때는 지났다.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롯데는 이미 중국에 진출했다.

우리는 글로벌 감각을 배양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요즈음 어떤 분야에 새로 도전하고 있는가.

"롯데는 다른 기업과 달리 잘 알고 잘 할수 있는 사업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유통의 테두리 안에서 전자상거래와 같은 분야는 중점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유통을 성숙시켜 소매금융과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5년정도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다"

-담배인삼공사 인수 등 다양한 신규사업 계획설이 나돌고 있는데.

"담배는 못피우지만 담배사업에는 관심이 있다.

기회가 주어지면 검토할 것이다"

-아날로그시대에 아주 잘 통행했던 것도 디지털시대에 맞지 않아 와류를 일으키고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그렇다.

롯데리아와 세븐일레븐 사업만 하더라도 이런 관점에서 보강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패스트푸드 체인인 롯데리아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이 연계해 발전된 형태의 전자상거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롯데닷컴을 시작한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라고 볼수 있을 것이다"

-세븐 매장에서는 하나은행과 손잡고 간단한 금융서비스를 이미 시작하고 있는데 부회장이 생각하는 유통과 소매금융의 만남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또 부회장이 그리는 미래 유통공간은 부친께서 이룩해놓은 지금의 롯데와는 어떻게 달라질지 듣고싶다.

"우선 ATM(현금지급기)을 하나은행과 손잡고 편의점에 설치해 간단한 금융서비스부터 시작했다.

한빛은행 지점이 4백개를 헤아리고 세븐일레븐이 5백20개,롯데리아가 5백 점포를 갖고 있다.

연말이면 세븐과 롯데리아 점포는 1천3백개로 늘어날 것이다.

이제 출발이다.

앞으로 소매금융서비스는 더욱 다양화되고 고도화될 것이다.

과거에 한가지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전자상거래와 결합하면서 복합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롯데는 이런 일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인프라와 경험을 갖고 있다.

인터넷 백화점에서 상품을 사고 집앞에 있는 세븐 점포에서 물건을 받을수 있게 되며 세븐에서 웬만한 금융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려면 택배와 유통이 결합되어야 하는데 택배에 진출할 계획은.

"택배업체 인수 타당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자세한 내용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특히 일본의 경우 90%를 편의점에서 구입하고 10%는 택배를 이용한다.

물류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해 최대한 시너지 효과가 날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e비즈시대에 롯데가 추구하는 경영모델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고객만족없는 기술혁신은 곧 비즈니스로선 한계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전자상거래 원조라는 미국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하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시즌에 7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 가운데 20~30%는 배달이 안됐다.

얼마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성패는 역시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본다.

현재 롯데세븐의 배달지연은 0.01% 미만이다.

첨단 노하우는 떨어져도 소비자 만족도가 높으면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븐의 경영모토는.

"가장 규모가 큰 편의점이 아닌 가장 가치있는 편의점으로 만들고 싶다"

-롯데의 기업문화가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2세대로서 이를 혁신할 생각이 있는지.

"롯데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1,2위를 할 수 없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다른 재벌과 비교하면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가 아니면 하지않는다는 경영철학은 롯데의 생존방식이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좀 더 많은 것에 신경을 쓰고있다.

서서히 바뀌어 나갈 것이다"

-신격호 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사업을 했다.

그러나 부회장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한국에서 사업하는데 곤란을 느낄 때는 없는가.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르노가 경영하고 마쓰다는 포드가 경영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본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미국에서 3년을 공무하고 노무라증권에서 10년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스스로 글로벌감각을 다졌다고 본다.

또 노무라에서 금융을 익힌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일 양쪽의 비즈니스에 똑같은 비중을 둘 것인가.

"일본사업보다는 한국 사업에 좀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될 것같다.

이에 대비해 그동안 한국 임원직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노력해왔고 문제가 없다고 느낀다"

-한국에서 주로 누굴 만나나.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MBA를 할 때 사귀었던 한국 동창생들을 만난다.

그 학교를 다닌 정몽준 의원과도 가끔 만난다"

-부친께서 후계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으면 얘기좀 해달라.나도 궁금하다"

-월마트를 비롯한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이 한국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과의 경쟁은 부회장 몫이다.

상대를 어떻게 보는가.

"롯데는 지금까지 잘해왔다.

그러나 이제 큰 도전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

해외업체는 투자규모도 크다.

하지만 그들에도 분명히 약점이 있을 것이다.

상대의 경영스타일을 열심히 연구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다"

-사업이외에 다른 부문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가.

"사업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 대담=이동우 산업부장 leed@ ked.co.kr ]

< 김용준 기자 junyk@ 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