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메카"로 떠오른 서울 동대문시장이 가짜상품 범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독특한 패션디자인과 빠른 제품생산력으로 국제적으로 각광을 받아온 동대문시장이 "3류 가짜시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apM" "디자이너클럽" 등이 위치한 동대문 도매상권 골목과 덕운시장에서 동대문 운동장까지 이르는 골목 양편에 최근 가짜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일명 "짝퉁 시장"이 매일 열리고 있다.

"짝퉁시장"이 서는 시간은 도매 쇼핑몰이 문을 여는 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곳에서는 "나이키" "필라"와 같은 유명브랜드를 비롯해 "프라다" "구찌" 등의 명품브랜드 제품이 대량으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말할 것도 없이 헐값이다.

진품의 3분의 1에서 최저 10분의 1 수준까지 천차만별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의 라벨이 붙은 점퍼는 한벌에 4만원,티셔츠는 2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여기서 팔리는 상품은 진품을 그대로 베낀 복제품들이다.

디자인이 워낙 똑같아 구분이 안될 정도다.

가짜인줄 알면서 찾는 단골고객까지 적지 않을 지경이 됐다.

요즘 가짜 상표를 파는 상인들은 한술 더 뜬다.

단순히 진품의 디자인을 "카피"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유명브랜드 디자인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신제품이라고 속여 판매하는 대범한 수법을 쓰기도 한다.

길거리에서만 가짜상품이 팔리는 게 아니다.

두산타워 밀리오레 혜양엘리시움 TTL2000 등의 도.소매 쇼핑몰에서도 은밀하게 가짜상품이 팔리고 있다.

워낙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 가짜상품 판매업소를 찾기 어려울 뿐이다.

이제는 아예 특정품목만 취급하는 전문 가짜상품 골목까지 생겨날 정도다.

흥인시장에서 신평화까지의 뒷골목은 가짜운동화를 전문적을 판매하는 구역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같이 가짜상품 시장이 번성하는 데 대해 유통전문가들은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마약과 같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양희 박사는 "가짜 시장이 활성화 되면 고유한 브랜드나 디자인 개발을 가로막게 된다"며 "한창 성가를 높여가고 있는 동대문 패션상품의 생명력을 잃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특히 "가짜 시장이 커지면 해외 유명브랜드 업체로부터의 제재가 본격화 될 것"이라며 "최근 수출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동대문시장의 제품은 물론 한국산 패션상품 전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얼마전 가짜상품을 팔던 J상가가 단속에 걸려 엄청난 액수의 벌금을 냈다"며 "자체 디자인으로 승부하려는 상인들까지도 요즘 경쟁이 심해지고 판매가 부진해 가짜상품 판매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짜 상품을 파는 것도 문제지만 사지도 않는 쇼핑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동대문에서 가짜상품을 뿌리뽑기 위한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철규 기자 gray@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