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채팅방에서는 나도 인기 DJ"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에 재학중인 강영훈(25)씨는 요즘 "채팅방 음악방송"에 푹 빠져 있다.

강씨는 매주 수요일 밤 11시부터 2시간동안 나우누리 대화방에서 "퍼플하트의 뮤직캐스트"란 음악방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1월부터 부정기적으로 방송을 운영하다 자신감도 붙고 고정팬(?)도 생겨 아예 정기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청취자수는 불과 10~20명 정도.

그러나 강씨는 이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음악을 선곡하고 방송멘트를 준비한다.

방송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듣고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청취자의 신청곡을 틀어주고 사연을 소개하다 보면 라디오방송국의 유명한 DJ가 된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PC통신이나 인터넷의 "채팅방 음악방송"이 네티즌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올초부터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채팅방 개인음악방송국"이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디지토닷컴(www.digito.com)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서비스인 "소프트메신저"에서 개인 음악방송을 하는 채팅방의 수는 하루 30여개에 이른다.

"해피방송국" "승모방송국" "엽기방송" "냠냠이생방송" 등 방송프로그램 이름도 다양하다.

소프트메신저의 인터넷 동호회 중에는 "디지털 해적방송집단"이라는 음악방송 동호회까지 생겨났다.

PC통신 나우누리의 대학생대화방이나 누리넷에서도 하루평균 10여개의 음악방송채널이 등장한다.

채팅사이트인 "씨프렌드"(www.seefriend.co.kr)는 최근 음악방송을 즐기는 회원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위해 "뮤직채팅"이란 코너를 별도로 마련했다.

이들 방송은 윈앰프(winamp)로 유명한 널소프트(nullsoft)사가 제공하는 샤우트캐스트프로그램(www.shoutcast.com)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PC와 헤드셋,마이크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가상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다.

"채팅방음악방송"은 쪽지나 채팅프로그램을 통해 사연이나 신청곡을 받아 채팅방 주인인 DJ가 음악을 틀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인마이크가 있는 사람은 게스트로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공중파 라디오방송과 같은 형식이지만 즉석 참여와 즉각적인 피드백(feedback)이 가능해 훨씬 더 생동감있게 진행된다.

청취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MP3음악파일을 DJ에게 보내기도 한다.

특히 DJ와 청취자 사이에 "우리끼리"라는 동류 의식이 강하다.

DJ에 따라 방송시간대도 천차만별이며 종일 방송을 하는 사람도 있다.

DJ들은 주로 20대 남성들로 대학생,게임방 아르바이트생,회사원 등 가지각색이다.

이들은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는 네티즌과 깊은 교감과 우정을 나누면서 방송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특정 방송을 즐겨 듣는 고정 청취자들이 모인 팬클럽도 속속 결성되고 있다.

나우누리 관계자는 "채팅방음악방송은 비용없이 방송의 묘미를 즐기면서 사람을 사귈 수 있는 장점때문에 앞으로 젊은 네티즌 사이에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