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한 네티즌으로부터 "긴급"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받았다.

정부로부터 "인터넷 모범상점"으로 선정됐던 곳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터졌다는 제보였다.

그는 "이런 인터넷쇼핑몰까지 사고를 낸다면 도대체 무얼 믿고 인터넷 쇼핑을 하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문제의 쇼핑몰에 들어가보니 사실이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게시판에는 분노에 가득찬 글이 수십건이나 올라 있었다.

조회수도 글마다 수백회에 달했다.

자신을 "당첨돼서 열받는 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다"면서 "쇼핑몰측은 1등 당첨자인 나에게 당초 약속대로 컴퓨터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이 인터넷쇼핑몰은 최근 게임 사이트를 재개장하면서 이를 알리기 위해 온라인 즉석복권 경품행사를 열었다.

온라인 즉석복권을 사이버 동전으로 긁어 같은 그림 3개가 나란히 나오면 경품을 주는 행사다.

1등 경품으로는 PC를 내걸었다.

그런데 지난 8일 단 한 사람이어야 할 1등 당첨자가 1백74명이나 나오고 말았다.

쇼핑몰측은 즉각 "진짜 1등"을 제외한 나머지 1백73명에게 전화를 걸어 "착오였다"고 알렸다.

시스템 장애로 행운상 당첨자들에게 1등 그림이 나갔다는 얘기였다.

쇼핑몰측은 이들에게 행운상 경품인 사이버머니 5백원 대신 1만원씩 주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당첨자들은 귀책사유가 쇼핑몰측에 있는 만큼 자신들은 PC를 받아야 한다고 우겼다.

쇼핑몰측으로선 1백70만원짜리 PC를 1백74명 모두에게 주기엔 너무 부담스러웠다.

고민 끝에 PC 대신 수십만원 상당의 물품을 주기로 했다.

이것만 해도 5천만원에 가까운 부담이었다.

그러나 10여명은 이 제의를 뿌리치고 지금도 쇼핑몰측과 다투고 있다.

이번 사고는 인터넷쇼핑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지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첫번째는 이같은 사고는 인터넷쇼핑 확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가 해킹으로 생긴 것이란 의혹이 생기면서 전자상거래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다시 불러일으킨 것이다.

사고 직후 네티즌이 해킹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하자 정부가 진상파악에 나섰다.

해킹이 이유라면 인터넷쇼핑에 대한 강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시스템 장애" 때문이라는 쇼핑몰측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지만 해킹 방지 대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두번째로는 인터넷시대에는 그야말로 "고객이 왕"이라는 사실이 재입증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고를 낸 쇼핑몰은 컴퓨터 1백74대가 부담스러웠던지 사이버머니 1만원으로 때우려 했다.

전화로 당첨자들의 양해를 구했다고 하나 다분히 일방적이었다.

이런 고압적 태도는 "사이버데모"를 초래했고 쇼핑몰측은 결국 당첨자들의 요구를 상당부분 받아들이게 됐다.

한마디로 이번 사고는 확실한 고객우위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사행심을 조장하는 무분별한 경품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번에 1등에 당첨된 1백74명 가운데 대다수는 10대 학생이었다.

이들에게 "땀흘리지 않고도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경품행사와 비슷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쇼핑몰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젊은 학생들이 경품을 찾아 밤새 사이버공간을 헤매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면 인터넷 쇼핑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 인터넷비즈니스의 싹을 자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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