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할 때 서양 여성은 볼에 포인트를 두는 반면 동양 여성은 입술을 먼저 생각한다.

한국 여성들이 화장할 나이가 돼 가장 먼저 사는 화장품이 립스틱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립스틱은 흔히 "루즈(rouge)"로도 불린다.

붉은색을 뜻하는 프랑스어가 그 기원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머니들은 "베니"라고도 한다.

이 역시 빨간색을 지칭하는 일본어에서 나온 말이다.

그만큼 붉은색은 립스틱의 기본색이 돼왔다.

투명한 피부에 빨간 입술을 하고 있으면 건강한 혈색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게 그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립스틱은 현재 수백종의 색상과 명암,채도를 지닌 제품이 나올 정도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여성들의 취향이 그만큼 다양해진데 따른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여성이 립스틱 색깔을 고를 때 잠재 의식이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입술 화장만 보고도 여성의 직업과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립스틱 칼라가 붉은 경우는 적극적이고 자존심이 강하며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주황색을 좋아하는 여성은 성격이 따뜻하고 사교적이며 외로움을 싫어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붉은 끼가 도는 퍼플 계통의 립스틱을 선호하는 사람은 직관력과 감수성이 뛰어나고 재기발랄하여 예능 계통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운색은 책임감과 모성본능이 강하고 협동심을 끌어내는 특기가 있다.

립스틱 화장법에서도 여성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입술모양이 곡선형으로 보이게 화장을 한 사람은 성격이 원만하고 부드럽다.

반면 각을 지게 그린 입술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날카로움과 직선적인 심성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메이크업에 대한 지식이 많거나 따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이 점을 커버하는 화장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본심과 다른 입술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알게 모르게 내면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색채요법까지 등장해 건강을 지키는 색을 추천하는 경향도 있다.

오렌지색은 생리불순이나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식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립스틱의 역할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교차가 심한 요즘 원만한 성격을 과시하고 덤으로 감기까지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오렌지빛 립스틱을 바르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박수경 태평양 미용연구팀 과장.소비자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