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만져보고 혈압만 측정해도 증상을 쉽게 알 수 있는 환자에게
진통제만 줘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와 병원에 대해 1억2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우의형 부장판사)는 8일 교통사고로 장기가
손상돼 뱃속에 피가 고이는 혈복강 증상으로 숨진 조모씨 가족들이
인천 S병원과 의사 최모(58)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씨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왔을
때 1천5백cc의 혈복강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데도 최씨가 진찰을
하지 않고 진통제 주사만 투여해 수술시기를 놓쳤다"며 "이것이
조씨가 숨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된 만큼 병원과 의사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혈복강의 양이 1천3백cc정도면 손으로 만지거나 혈압을
측정하는 것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며 "조씨처럼 40대의 건강한
사람은 혈복강양이 1천5백cc에 이르러도 수술하면 생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지난 97년 5월 교통사고 후 병원에 갔지만 의사 최씨는
복부진찰은 하지 않고 머리 허리 등에 대해 방사선 촬영을 한 뒤
항생제 진통제 등을 처방했다.

조씨는 같은 날 밤 허리통증이 재발, 최씨에게 진통제 등을 처방
받은 뒤 3시간만에 혈복강으로 숨졌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