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리 숫자에 머물던 프랑스 실업률이 올들어 한자리로 떨어지는 등 고용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숫자상으로는 10년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럽의 전체적인 경기 회복과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에 따른 신규고용
창출의 결과라고 프랑스정부는 설명한다.

사실 요즘들어 신문의 채용광고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벌써부터 언론에서는 근로자 부족사태를 보도하고 있다.

인력부족 현상은 비단 최신 기술을 요구하는 정보.통신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봄철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호텔과 식당도 사람을 못구해 난리다.

제과점들도 빵 굽는 기술자를 찾지 못해 울상이다.

경기회복과 함께 숙련공이 필요한 산업체들은 인력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는 아직도 2백60만명의 실업자가 있다.

국립 직업소개소에 정식 등록된 구직자만 해도 2백만명이 넘는다.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부문별로 인력의 수요 공급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정부는 최근 이같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76억프랑의 예산을 들여
국립 직업소개소의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력을 필요로 하는 업체와 구직자를 효과적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치의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

15년간 계속된 만성적 고실업을 볼때 무조건 양자 연결만 시켜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정보.통신업계의 경우 전문가가 필요한데 부적격자를 소개시켜봤자 양측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에서는 고실업의 노동력부족을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오랫동안 사회보장에 습관된 장기 실업자들로서는 최저생활 보장비에 자녀
양육 사회수당을 합치면 기본생활은 영위할 수 있는데 구태여 건설 공사장에
나가 일하고 세금까지 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장기 실업자들의 타인과의 접촉거부, 즉 정상적
사회생활 복귀 기피현상이다.

실업으로 수년간 사회활동에서 격리돼왔던 이들에게 하루 아침에 노동시장
으로 복귀하라는 것은 심리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력부족 속의 실업문제가 사회적 병리현상의 하나라고 볼때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같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