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세무조사 건수가 지나치게 적고 탈세혐의자에 대한 사회.경제적
처벌수준도 약해 탈세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
의해 제기됐다.

현진권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열린
"납세자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조세행정의 평가와 미래"라는
내용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 연구위원은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정책수단
은 세무조사 선정비율과 탈세사실 발각시의 가산세율을 올리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경우 두가지 정책수단이 모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납세자 가운데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는 비율이 소득세의
경우 0.2~0.3%, 부가가치세는 0.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선진국의
조사선정비율 1~2%에 비춰 볼 때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세특례대상 납세자는 상대적으로 탈루정도가 심한데도 조사선정비율
이 0.01%밖에 안돼 사실상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가산세율도 세목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10~15%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가산세율이 낮은 대신 조세포탈죄로 중벌을 가할 수 있는
조세범처벌법이 마련돼 있다"면서 "그러나 국세청이 조세범으로 고발한 건수
가 매우 적어 조세범처벌법이 성실납부 유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국세청이 조세범을 고발한 건수는 1990년과 92년 각각 1건, 93년과 94년
각각 7건, 96년 15건, 97년 17건, 98년 43건 등이다.

현 연구위원은 "과세당국의 정책수단이 이래서 한국 납세자들의 세금탈루
규모가 다른 나라보다 크다"며 한국 자영업자의 탈루규모를 1백으로 봤을 때
대만은 81.3%, 독일은 39.8%라고 설명했다.

또 1994년 기준 탈세규모는 소득세 11.4%, 부가가치세 6.7%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세무조사와 가산세 수준을 크게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인식 기자 sskis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