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2일 발표한 이동전화요금 인하방침은 한마디로 절충안이다.

요금을 대폭 내려달라는 이용자들의 압력을 수용하면서 SK텔레콤을 제외한
후발 이동통신업체들의 생존권도 함께 감안한 결과이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한테는 인하폭이 작다는 불평을 듣게 됐고 후발업체들
에서는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는 뒷말을 듣게 됐다.

물론 이번에 발표한 이동전화요금 인하율 16.1%는 시중의 소문에 비해서는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과 민주당이 40%대 또는 30%대의 인하율을 주장했던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당정이 절충안을 택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용자편을 들어 SK텔레콤의 이동전화요금을 대폭 인하할 경우 한국통신
프리텔 LG텔레콤 등 후발업체들의 경영정상화가 늦어져 공정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동전화 요금을 대폭 내릴 수 있다는데
대해서는 당정간에 이견이 없다.

그동안 누적흑자가 자그만치 1조1천8백억여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요금을 대폭 인하할 경우 2년반전에야 이동전화사업에 뛰어든
후발업체들의 수익성이 나빠져 정부의 복안과는 반대로 공정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같은 사정 때문에 정통부와 민주당은 요금 인하폭을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16.1% 내리겠다는 방침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YMCA 시민중계실은 방침이 알려지자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금요항의집회
정오항의전화 등 그동안 벌여온 저항운동을 계속 벌이겠다"고 밝혔다.

YMCA를 비롯, 15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이동전화요금 인하 소비자행동
네트워크"는 그동안 "요금을 40% 이상 내릴 여지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해왔다.

현재로서는 후발업체들이 SK텔레콤을 뒤따라 요금을 내릴 것인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정통부 정보통신지원국의 석호익 국장은 2일 요금 인하 방침을 발표한
자리에서 "그동안 이동통신 5사와 꾸준히 협의해왔다"고 전제한 뒤 "다른
업체들도 SK텔레콤과 비슷한 비율로 요금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PCS 3사와 신세기통신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PCS 3사중 2개 업체는 당정의 방침이 발표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요금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도 SK텔레콤보다 요금이 쌀 뿐 아니라 요금을 더 내리면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기네도 요금인하를 검토중이라고
써달라고 말을 바꿨다.

업계 관계자들은 후발업체들도 요금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압력이 워낙 강한데다 이번 결정에는 정치적 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정의 이번 결정과 관련, 바로 이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치논리가 지나치게 개입됐다는 얘기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