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잎 돋는 봄이면 속잎 속에서 울고
천둥치는 여름밤이면 천둥 속에서 울고
비 오면 빗속에 숨어 비 맞은 꽃으로 노래하고
눈 맞으며 눈길 걸어가며 젖은 몸으로 노래하고
꿈에 님 보면 이게 생시였으면 하고
생시에 님 보면 이게 꿈이 아닐까 하고
너 만나면 나 먼저 엎드려 울고
너 죽으면 나 먼저 무덤에 들어
네 뼈를 안을

박해석(1950~) 시집 "눈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에서

-----------------------------------------------------------------------

사랑이 울음의 원천이 되고 노래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참된 사랑을 하지 못한다는 말도 다 하는 소리다.

이 시는 일반화되어 있는 사랑의 개념을 노래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참 아름답다.

색조와 선율이 아름답다.

미완으로 끝나는 결구는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남겨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