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22일 오후 2시 덕수궁 앞.

23년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초로의 선생님과 중년의 제자 42명이 모여
학창시절의 정겨웠던 추억을 되살렸다.

이 잊혀질 뻔한 만남이 새롭게 기억된 것은 이달초 해태제과 고객만족실에
날아든 한통의 편지가 계기가 됐다.

"41세의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충희(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부라보콘"이 계속 생산돼 23년전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박씨의 영반 학생들은 지난 77년 지금은 없어져버린 서울 돈암동의
성신여사대 부속여고 2학년 재학시절 수학을 맡고 있던 옆반 담임 김학민
(59.현재 건대부고 교사) 선생님과 내기를 했었다.

지는 쪽이 부라보콘을 사기로 했는데 학생들이 이기자 선생님은 "억지"를
썼다.

칠판에 "2000년 2월22일 오후2시 덕수궁 앞으로 나오면 부라보콘을
사겠다"고 써놓고 넘어갔다.

해태제과가 그 사이에 부도를 맞기도 했지만 부라보콘은 계속 생산돼
까마득하게 멀게 보였던 미래가 현실이 됐다.

이날 부라보콘을 가득 들고 나타난 김 교사는 약속대로 제자들에게
부라보콘을 하나씩 나눠주면서 "23년만에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약속 자리엔 선배 10여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당시 체육교사였던 "멍게" 김상춘 선생님(57)도 나와 중년 제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김 교사는 "그 때 부라보콘 60개를 사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에 꾀를 냈었다"
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것 같았는데 "엉뚱한" 제자가 하나 있어 오늘
아이스크림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73년 처음 출시된 부라보콘은 77년 당시 1백원에서 지금은 7백원으로
값이 올라 있다.

해태제과는 이 만남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김교사에게 당시 가격인 1백원씩
에 부라보콘을 제공했다.

< 김광현 기자 kk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