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베를린 필하모닉 플루트수석을 뽑기 위한 오디션장에서 일대 환호성
이 일었다.

22살의 나이의 엠마뉴엘 파후드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뽑혔기 때문.

1950년대 오렐 니콜레, 1970년대 제임스 골웨이의 명성을 이어갈 자리에
약관의 플루티스트가 등용된 것이다.

파후드의 부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그는 이미 1988년 두이노, 1990년 일본 고베, 1992년 제네바 국제콩쿠르
등 세계 주요 콩쿠르 12개중 8개를 석권했다.

바젤 라디오교향악단과 뮌헨 필하모닉의 수석 플루티스트로 활약하면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주력도 인정받았다.

베를린필에 들어간 다음에는 상임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EMI음반
데뷔후 처음으로 선정한 협연자에 뽑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파후드는 스위스 출신이지만 파리 국립음악원에서 알랑 마리옹에게
수업받으며 프랑스 플루트의 전통을 물려받았다.

그래서 장 피에르 랑팔, 안드레아스 아도리앙, 막상스 라뤼 등 프랑스
플루트 거장들의 연주스타일과 음악철학이 그의 연주속에 녹아있다.

비브라토 주법을 현란하게 사용하지 않고 플루트의 자연스런 음색을 살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 유수의 음악잡지인 그라모폰지가 그를 "순수한 색조의 팔레트와 같은
플루트를 지향하는 연주자"라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반적으로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 깊이있고 유연한 연주가 그의
플루트의 특징이다.

그의 연주활동과 음반녹음은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전 시대를 망라하고
있다.

크로스오버는 물론 아프리카 남미 인도 일본 등의 민속음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현대음악에도 새롭게 개척해야 할 소리들이 있다"며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은 세계 음악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한다.

그가 다음달 8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번째 내한독주회
를 연다.

1998년 첫 내한독주회의 감동을 잊지 못하는 클래식팬들은 물론 플루트의
폭넓은 음악세계를 맛보려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연주회가 될 것 같다.

모차르트 "소나타", 슈베르트 "물레방앗간의 아가씨"중 "시든 꽃 주제에
의한 변주곡", 라이네케 "온딘 소나타", 힌데미트 "소나타"를 들려줄 예정
이다.

피아노는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프랑스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쥬가 맡는다.

사쥬는 지적이며 시적으로 잘 짜여진 감각을 표현하는 데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피아니스트.

이번 연주회 반주에 이어 3월10일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가질 예정이다.

3월은 프랑스 아티스트의 달이 될 것 같다.

(02)598-8277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