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폭락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900선이 붕괴되고 말았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의 열풍에 잔뜩 주눅이 든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매도세까지 겹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뇌동매매하며 투매에 나서지는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폭등하면 악재고 폭락하면 호재''라는 증시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외국인의 매매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되 공포감에 따른 투매는 자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폭락 배경 =무엇보다 외국인의 이틀 연속 순매도세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14일 3백55억원어치를 순매도한데 이어 15일엔 1천8백47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한전 포철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포철의 경우 그동안 발행됐던 해외교환사채(EB)의 만기가 돌아와 대량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시장에 알려졌다.

엥도수에즈WI카증권의 김기태 영업담당이사는 "한국기업의 가치가 아니라
한국증시의 유동성만 보고 뒤늦게 추격매수했던 외국인이 서둘러 팔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김 이사는 "게다가 국제유가 급등세, 엔화약세와 원화강세 추세로 한국기업
들의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1월에 이어 2월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점도 외국인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닥시장의 열기로 거래소시장이 소외됐던데다 주도주가 부상하지 못했고
거래량, 거래대금 등 시장에너지가 취약했던 점도 폭락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14,15일 선물과 연계된 프로그램매수가 각각 1천억원 이상씩 일었지만
하락폭을 줄이는데 그친 것은 그만큼 거래소시장의 투자심리와 시장에너지
가 취약했다는 것이다.

SK증권의 박용선 투자전략팀장은 "여기에다 일정폭 하락하면 매도해 버리는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의 손절매(Stop-Loss) 물량이 쏟아져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시장을 더욱 짓눌렀다"고 말했다.

<> 전망 =종합주가지수가 이날 붕괴된 200일 이동평균선(900) 위로 다시
회복할지 큰 관심사다.

흔히 지수 200일 이동평균선은 경기추세선으로 인식된다.

주가가 이 선 아래에 장기간 잠겨 있을 경우 조정기간이 더 길어진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다만 지난 1월말 장중 주가가 200일선 밑으로 떨어진후 이내 회복되면서
재반등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이런 점에서 투매보다는 저점매수의 기회를 노릴만도 하다는 견해가 제시
되고 있다.

한국투신의 조재홍 펀드매니저는 "개인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펀드에서 이날
우량주 위주로 저점매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마이애셋자산운용의 최남철 상무는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추가적인 조정을 보이겠지만 장기적인 상승세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내다봤다.

대부분의 외국인도 이런 장기적인 상승세를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