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용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체포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임승관 1차장과 정병욱 공안1부장을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하자
검찰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가 실패한지 하루도 안돼 전례없이 전격적인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찰이 정 의원의 노련미에 넘어가 체포에 실패한데 따른 분통까지
겹쳐 검찰청사 곳곳에서 긴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일부 검사들은 단순 명예훼손사건에 불과한데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 의원 체포를 서두른 이유를 모르겠다며 검찰수뇌부의 의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대검과 서울지검 검사들은 갑작스런 문책인사 소식을 듣고 대책회의에
들어가는 등 주말내내 검찰청사는 술렁거렸다.

경고조치를 받은 서울지검 임휘윤 검사장은 정 의원과 한나라당을 강력히
비난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해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경우에 따라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로서 한나라당에 강제진입하는 사태가
발생할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검찰 모 고위간부는 "더이상 법 집행을 우롱하는 반법률적인 행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내부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들은 정 의원의 꾀에 넘어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며 침통해했다.

이들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수뇌부가 문책당했는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어디 있느냐"며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일부 소장검사들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현역 의원을 막무가내로
연행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 "수사지휘부 문책은 지나친 감이 있다"며 검찰 수뇌부의 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 김문권 기자 mk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