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정부의 실업대책 예산을 몰아쓰며 최우선 취급을 받았던 공공
근로사업이 IMF(국제통화기금)체제 극복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당장 올해 사업예산이 무려 55%나 삭감되면서 단순히 몸으로 때우며 시간만
보내면 되는 취로형 사업은 죄다 "퇴출"당했다.

반면 시대 조류에 걸맞는 정보화 관련 사업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그동안 공공근로사업은 예산집행이 비효율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실업자에게 짧은기간이나마 일자리를 제공해 사회안정에 기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말 IMF체제 극복이 선언된이후 공공근로사업은 실업대란을
막은 "효자"에서 "눈치밥"을 먹어야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당장 사업 축소방침이 결정됐다.

올해 시행키로한 공공근로사업은 모두 53개로 직년(84개)보다 36.9%
줄어들었다.

사업예산은 절반이하로 줄었다.

지난해 2조4천2백94억원에서 올해는 1조1천억원으로 54.7%나 오그라 들었다.

실업률이 지난해초 8%대에서 연말에 4%대로 낮아진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올해 시행되는 주요 공공근로사업은 <>산업정보DB구축.상권분석DB구축
(산업자원부) <>전자도서관DB구축(문화부) <>퇴직금제도 실태조사.
고용보험적용확대사업장 조사(노동부) <>중소기업현황DB운영(중소기업청)
<>과학기술DB구축(과학기술부) <>광역상수도종합관리시스템 구축(건교부)
<>의약품안전관리전산화(식약청) 등이다.

하나같이 이른바 지식기반.정보화 사업들이다.

작년에 시행한 공공근로사업의 결과를 보면 이같은 결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 분야는 구인난이 빚어질 정도로 인기가 좋았었다.

건교부가 시행한 전국교통DB구축사업에는 하루 목표인원(8백16명)보다
47.5% 많은 1천2백4명이 참여했다.

중기청의 중소기업Y2K문제 해결지원사업 역시 목표인원(7백65명)보다 많은
9백56명이 참가했다.

정통부의 영상자료디지털화 사업에도 3천1명이 참가, 목표(2천9백30명)를
웃돌았다.

다른 지식기반 사업도 대체로 목표인원을 무난히 채울 수 있었다.

요즘 수요가 급증하는 컴퓨터 실무를 익혀 공공근로사업이 끝난 뒤 취업하는
데 유리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반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기피 대상이었던 "3D 직종"은
공공근로사업에서도 기피대상이었다.

당장 일자리가 없는 사름들을 대상으로 했는데도 "미달사태"가 빚어졌다.

경찰청이 시행한 취약지역 방범활동의 경우 심야근무인 데도 일당 하루
근무인원이 4백7명으로 목표인력(5백38명)보다 24.3%나 부족했다.

철도청이 주관하는 철도선로 연변정리는 지난해 하루 9백48명을 투입하는 게
목표였지만 8백53명이 일하는 데 그쳤다.

고속도로변 환경정비 사업도 마찬가지 였다.

이들 사업은 밤에 일하거나 야외에서 자갈이나 쓰레기를 치우는 고된
일이어서 일당을 종전 1만9천원(교통비 3천원 제외)에서 2만2천원으로
올려주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끝내 목표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불법음반.비디오물 단속, 문화유적지 정화, 생활용품 재활용, 자원재생,
불량식품 감시업무 보조, 신공항 주변정리 등의 사업도 올해부터 중단됐다.

생계형 일자리 마저 "디지털형"이라야 대우받는 세태야 말로 IMF이후
등장한 새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 최승욱 기자 swcho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