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폰에어터치는 만네스만 인수를 통해 차세대 통신시장인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 시장은 사용자수에서 곧 세계 PC사용자수를 능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다폰이 인수금액을 몇 번이나 올려가면서까지 만네스만을 흡수 통합한 것
은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장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였다.

보다폰은 이미 세계 최대 이동통신 업체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현지 통신업체들에 눌리고 있다.

보다폰은 현재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주로 영연방 시장만 장악하고 있을
뿐이다.

보다폰이 세계 통신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선 유럽시장 장악이 선결조건이다.

이 때문에 유럽 통신시장에서 확고한 발판을 구축하고 있는 독일 만네스만의
인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만네스만 인수로 보다폰은 만네스만의 1천8백50만명 가입자를 확보, 세계적
으로 총 5천4백만명의 가입자를 갖게 됐다.

특히 이번 인수로 5대륙 25개국에 걸쳐 고객과 현지 통신업체 지분을
소유하는 세계 최대 통신제국을 건설할 수 있게 됐다.

보다폰은 이같이 늘어난 가입자들에게 무선 인터넷서비스를 제공, 세계
무선 인터넷서비스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보다폰은 만네스만 인수의 여세를 몰아 활동무대를 아시아로 확대할 계획
이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일본 통신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 인수협상은 작년 11월14일 보다폰이 만네스만을 1천72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만네스만은 "인수가격이 너무 낮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에 보다폰은 인수가격을 1천2백77억달러와 1천5백억달러로 잇달아 높였다.

그러나 번번이 딱지를 맞았다.

결국 보다폰은 사상 최고액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만네스만은 약 3개월을 버틴 끝에 몸값을 2배 가까이로 불릴 수 있었다.

최종 합의는 크리스 젠트 보다폰 최고경영자는 지난 2일 클라우스 에세르
만네스만 회장을 만나 인수 및 합병조건을 대폭 양보함으로써 가능했다.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진 지난 4일 두 회사 주가는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보다폰 주가는 주당 3백40펜스로 전날보다 28.5펜스(7.7%)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다.

만네스만 주가도 3백9.85유로로 15.65유로(4.8%) 하락했다.

보다폰은 향후 다른 통신 및 인터넷 업체 인수도 추진할 계획이다.

젠트 최고경영자(CEO)는 "보다폰 고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몇몇 인터넷 및 미디어 업체와 인수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경영하는 "뉴스"도 포함돼 있다.

보다폰과 만네스만의 결합으로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다른 통신업체들간의
인수합병 바람이 다시 한번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용준 기자 dialec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