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금리가 한자릿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4일(9.95%)이후 줄곧 연 10%대에서 움직여
왔다.

한때 10.42%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선 하락분위기가 완연하다.

지난 3일의 경우 회사채 금리는 10.1%를 기록, 전날보다 0.05%포인트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특히 금리하락은 채권시장안정기금이 아닌 시장의 자율적인 힘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향후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장기금리가 이번주중 한자릿수로 내릴 공산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 금리하락 요인 =크게 봐서 세가지 변수가 작용했다.

먼저 금융불안을 우려하던 심리들이 크게 완화됐다는 점이다.

황보영옥 한국투신 채권운용팀장은 "환매대란이 없을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이 확인됐다"며 "채권으로의 자금운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참여자들은 미국 등의 금리인상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금리하락을 예상, 선취매를 보이기도 했다.

이로인해 지난 3일 예금보험공사 채권 5년짜리는 전날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8%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수급측면도 양호하다.

무엇보다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사정이 좋다.

투신사는 대우 환매에 대비, 그동안 자금을 꾸준히 비축해 왔다.

그러나 환매는 크게 일지 않고 있다.

환매된 자금들은 다시 투신사로 유입돼 투신사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금리상승을 일으켰던 마찰적 요인이 해소됐다"며
"앞으로는 유동성 효과에 의해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앞두고 국민주택채권 1종, 지역개발채권 등 5년짜리
장기채권에 대한 수요가 강하게 이는 것도 장기금리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김병철 동양증권 채권운용팀장은 "환매자금중 일부와 코스닥에서 돈을
번 사채자금들이 채권매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 장기금리 전망 =조만간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한자릿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관해선 의견들이 다르다.

황보영옥 팀장은 "장기금리가 단기적으로 연 9.5%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며 "그러나 총선거 등 불안요인도 적지 않아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3월까지는 한자릿수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4월이후 인플레이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돼
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원녕 LG투신운용 과장도 "한전채 등 공기업 채권들이 줄줄이 발행될
예정"이라며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통안증권도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선 한국은행이 선거 전에 단기금리를 올릴지도 모른다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 미국 등 선진국이 추가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국도 동조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