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수익증권에서 환매된 돈은 어디로 갈까"

"금융권간 대규모 자금이동은 과연 일어날 것인가"

대우채권이 편입된 수익증권의 환매비율이 2일부터 95%로 높아짐에 따라
대우채펀드에서 빠져 나온 돈이 어디로 갈 것인지가 자금시장의 "태풍의 눈"
으로 떠올랐다.

만일 이 돈이 투신사로 환류되지 않고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한다면
상당수 투신(운용)사들은 존립을 위협받게 된다.

그 반대로 투신사로 고스란히 환류될 경우 투신사는 다시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이 돈이 채권에 투자돼 금리안정에도 상당한 도움
을 줄 전망이다.

거꾸로 상당액의 환매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경우 주가는 다시 한번 대세
상승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채가 편입된 수익증권은 물론 기타 수익증권에서도 환매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익증권에서 빠져 나온 돈은 단기성 상품에 일시 들어 있다가 확실한
투자처를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환매확대에 따른 금융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환매자금
이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환매대란은 없다 =이날 나타난 환매동향만 보면 당초 우려했던 환매대란
은 없을 것이 확실시 된다.

이날 오후5시 현재 한국투신 대한투신 등 주요 9개 증권 투신사에 환매된
공사채형 펀드는 1조7천1백49억원 수준이다.

개인 보유 공사채형 잔액 18조1천억원의 9.5%에 불과하다.

특히 이 돈의 상당액이 MMF 등에 재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관계자들은 환매시기가 만기별로 나뉘어 있는데다 정부의 강도높은 유동성
대책으로 환매를 서두르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오는 2월8일이후 일시적으로 환매확대에 따른 혼란이 일겠지만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측했다.

<> 최소 30조원은 환매된다 =환매가 한꺼번에 몰리지는 않겠지만 일반법인
에 대해 환매가 이뤄지는 다음주까지는 최소 30조원이 투신사 펀드를 빠져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과 일반법인이 보유한 수익증권중 오는 2월8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채 편입 펀드는 19조6천2백53억원에 달한다.

개인이 11조3천8백27억원, 일반법인이 8조2천4백26억원이다.

또 대우채가 편입되지 않는 펀드중 2월8일까지 만기가 되는 펀드는
5조3천68억원(일반법인 2조9천7백18억원, 개인 2조3천3백50억원)이다.

두 펀드만 합쳐도 24조9천3백31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2월8일이후 만기가 되는 펀드도 대부분 빠져 나갈게 분명하다.

이를 감안하면 다음주까지 최소 30조원이 투신사의 기존펀드를 이탈할 전망
이다.

물론 이에 대한 유동성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

정부는 이미 총 58조원을 준비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감당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환매자금 향방이 변수다 =문제는 환매자금의 향방이다.

다음주부터는 만기가 되는 펀드가 일단 투신사 기존상품에서 빠져 나올
전망이다.

대우채의 95%를 받을수 있는데다 오는 7월부터 전면적인 싯가평가를 앞두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 돈이 과연 투신사에 재환류될 것이냐 여부다.

만일 50% 이상이 투신사의 CBO(후순위담보채)펀드나 하이일드펀드 엄브렐러
펀드에 유입될 경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투신사도 클린펀드를 다시 운용하게돼 존립을 유지하게 된다.

이 돈이 회사채 매입에 투입되면 시장금리를 끌어내리는 역할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가 문제다.

현재 투신사의 문제는 신용위기다.

투신사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은행이나 뮤추얼펀드 등으로 돈이 빠져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그럴경우 상당수 투신(운용)사는 존립근거를 잃고 만다.

정부가 기를 쓰고 투신사 신탁계정의 클린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만일 뮤추얼펀드 등으로 돈이 대거 이동하거나 증시에 유입될 경우 주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환매자금중 어느 정도가 투신사에 재환류되느냐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