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대수술이 임박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기획예산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기업 등 공공개혁 추진
상황을 반기별로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이후 공기업 본격 개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은 1일 "올해 공기업 개혁은 소프트웨어 개혁에 무게
를 두고 경쟁과 인센티브를 강화해 민간기업 수준의 자율 및 책임경영을
수혈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에도 공직사회에 이어 개방형 임용제가 도입되고 벤처기업처럼
스톡옵션제가 도입되는 등 대대적인 경영변화가 가시권에 들었다.

공기업 직원들을 비즈니스맨 체질로 바꿔 놓기 위한 포석이다.

예산처는 이같은 처방전을 "2000년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지침"에 담아
내주중 공기업들에게 시달할 예정이다.

<> 철밥통 깨진다 =올해부터 1급 이상 간부자리에 대해 민간 전문가와
공개 경쟁하는 개방형 임용제가 적용된다.

경쟁력이 없으면 자리보존이 어렵게 된다는 얘기다.

낙하산의 안착지였던 감사자리도 수술대에 오른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도입해 유명무실한 감사기능을 대체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공기업의 철밥통 신화가 고무밥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게 한 공기업
간부의 고백이다.

공기업 사장들은 요즘 목에 서늘함마저 느낀다.

예산처가 지난해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내사자료를 넘겨 받아 공기업 경영혁신 평가결과와 연계, 개혁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에 대해선 3월말까지 문책키로 했기 때문이다.

<> 능력대로 받는다 =올해부터 공기업에도 스톡옵션(주식매입 선택권)이
도입되는 등 인센티브가 대폭 강화된다.

코스닥 등록을 통해 임직원에 억대의 보상을 해주는 벤처기업처럼 성과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일할 의욕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1급이상 사장 및 임원에만 적용됐던 연봉제도 2급 이상으로 확대,
실시된다.

기관별 경영실적에 따라 임직원의 성과급도 대폭 차별화된다.

공기업 사장의 경우 기관별 경영실적에 따라 기본연봉의 최대 1백%까지
성과급을 차등 지급받게 된다.

한국전력 사장이 기본연봉으로 5천9백만원, 농업기반공사(구
농어촌진흥공사) 사장이 4천3백50만원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기업
사장간에 최대 7천만원까지 연봉차가 벌어지는 셈이다.

공기업 직원들에게 안락한 노후를 약속했던 법정퇴직금 제도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지난해말 19개 주요 공기업들이 노사협의를 거쳐 법정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키로 했다.

30년 근속 직원이 최대 5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타가던 일은 "전설"이 돼
버린 것이다.

이 제도를 새로 적용받을 경우 퇴직금은 현행보다 평균 25% 줄어들게 된다.

<> 문어발식 경영 제동 =정부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기업 일부 사업에
대해 독점적인 경영에서 외부위탁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조세연구원으로부터 용역보고서를 받아 외부위탁 대상
사업을 선정중이다.

또 민간기업처럼 소사장제 형식의 독립사업단(profit center) 체제도 도입
된다.

한국전력은 민영화 관련법의 국회 통과가 지연됨에 따라 발전자회사를
조직과 회계가 분리된 독립사업단으로 운영해 발전부문의 경쟁체제를 도입
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키로 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