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27일 하원 본회의장에서 재임중 마지막인 새해
연두교서를 발표했다.

이날 연설의 내용은 대폭적인 감세와 사회보장성 지출의 확대, 강력한
대외정책으로 요약된다.

다분히 오는 11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의식, 국민들에게 "잘 살고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42년만에 찾아온 재정흑자와 미국 역사상 최장 경기확장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미국경제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이 내부의 위기 또는 외부의 위협을 거의 받지 않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번영과 사회 발전을 누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현재와 같이 축복받은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 "먼 앞날
을 내다보고 21세기 미국의 혁명을 이룩하자"고 제의했다.

그는 특히 "내가 집권하기 전인 7년전에 지금 처럼 미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재임중 업적을
과시했다.

이같은 장기 호황의 "열매"를 국민들 특히 경제호황의 와중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배분하겠다는 것이 이날 연설의 주요 내용이다.

중산층에 대해 향후 10년간 3천5백억달러의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든지
빈곤층이나 노약자 어린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적인 성격의 각종 혜택을
늘리기로 한 것 등이 바로 그런 대목이다.

소외된 계층 끌어안기를 통해 민심을 다잡자는 의도가 다분하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강조,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일체감을 심어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과거 적성국이었던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경제지원과 민주발전 지원을
거론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리더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미국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세계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분쟁에도 개입할 수 있음을 천명, "세계경찰"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
했다.

결국 이날 연두교서는 다분히 대선을 의식, 앨 고어 부통령에게 힘을 실어
주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집권 7년간 민주당의 업적을 강조, "향후에도 이같은 호황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대통령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연두교서는 논란거리가 될 만한 이슈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또 최근 불붙고 있는 미국의 소위 "신경제"에 대한 경기논쟁이나 주식시장
의 버블여부, 인플레 우려 등에 대해서도 클린턴 대통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클린턴은 대신 현재와 같은 경기호황과 재정흑자가 지속된다면 오는 2013년
미국 정부는 공공부채를 모두 상환할 수 있을 것이란 장미빛 전망을 강조
했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