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화인경영회계법인의 김도균(36) 공인회계사.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0년 넘는 경력의 중견 회계사다.

그의 부인은 요즘 그를 이상하게 여긴다.

매일 아침 강남이 아닌 여의도 쪽으로 출근하기 때문.

그가 직장처럼 찾는 곳은 바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이다.

"지난해 12월 중진공의 "국민벤처펀드2호"가 출범한 이후 한층
바빠졌습니다. 벤처기업의 발굴과 평가는 물론 사후관리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지요"

김 회계사의 경력은 색다르다.

지난 1988년 산동회계법인에 처음 들어가 모토로라 필립스 등 외국기업의
감사를 맡았던 그는 "모험(venture)"을 한다.

"과거 자료만 다루는 회계법인을 떠나 미래를 개척하는 업무를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걸음마 기업을 키우는 벤처 비즈니스에 큰 매력을
느꼈지요"

그래서 그가 선택한 곳이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벤처캐피털 한국기술금융
(KTFC.현 산은캐피탈).

지난 1990년 한창 인기를 끌던 증권 투신사를 모두 외면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이후 4년동안 벤처기업의 현장을 발로 뛰면서 보고 느낀 김 회계사는 93년
다시 독립한다.

그리고 "벤처 도우미"를 자처하며 99년 화인경영회계법인의 주역이
되기까지 벤처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모셔(?)왔다.

그의 이력은 벤처 열풍이 불면서 돋보이기 시작했다.

실력을 인정받아 1998년 중진공에서 창업자금을 받으려는 업체들을
심의하는 "중진공 벤처창업자금 심의위원"으로 뽑혔다.

지난해엔 경기엔젤클럽의 벤처마트에 나오기 원하는 벤처기업들을 심사
자문하는 "경기엔젤관리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중진공 지상엔젤마트 평가에 관여한 인연으로 창업한 지 3년 미만의
초기 벤처에만 투자하는 중진공의 공공펀드 "국민벤처펀드"에도 참여했다.

이곳에서 그는 한국지리정보 에이엠알텍 라스텔 등의 투자유치 평가를 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국내에 몇 안되는 벤처전문 회계사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있는
것이다.

새 천년을 맞은 그는 "지난해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2명의
미국인 마케팅전문가를 받아들였다"며 "올해는 투명성을 높인 한국
벤처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노크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싶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 서욱진 기자 venture@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