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주가 900선이 무너졌다.

25일 주가는 시종일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전날보다 33.55포인트 떨어진
891.22에 마감, 지난해 11월3일(887.15)이후 두달반만에 900선 밑으로 추락
했다.

코스닥지수도 급락하면서 180선으로 밀려났다.

종합주가지수 900선 붕괴의 직접적인 계기는 전날 미국 주가의 급락세였다.

2월 8일 대우채권 95% 지급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주가가 급락하자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고 시장
참가자들은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손절매 물량과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쏟아지자 하락폭이 깊어졌다.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간주된 900선이 무너짐에 따라 추가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과 대우채권 환매 등은 이미 시장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고, 일시적인 악재라는 점에서 880선을 지지선으로 바닥을 확인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 위축된 투자심리 =전날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동반 급락한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부각된 악재는 없었다.

외국인의 매도규모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린 것은 그 만큼 투자심리가 불안하다는 반증
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윤삼위 LG증권 조사역은 "주요 지지선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실망매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게 주가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신사들이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 역시 연일 개인들의 투매가 이어지면서 며칠째 반등시도에
나서던 주도주들이 다시 하한가까지 되밀렸다.

<> 단기 수급불안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 선물가격이 급락했다.

그 결과 선물을 사고 동시에 현물주식을 파는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삼성전자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싯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것도 프로그램매도의 영향이 컸다.

지난 11일 1조4천억원에 달했던 프로그램매수 잔고가 현재 6천5백억원 수준
으로 줄어들었지만 매물압박은 여전하다.

은행의 손절매 물량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손절매란 하락률이 매수단가에서 10-20%를 넘을 경우 추가손실을 막기 위해
가격불문하고 매도하는 것.

은행들은 전날 4백억원어치를 순매도한데 이어 이날에는 무려 1천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강인호 한빛은행 펀드매니저는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는 은행들이
고유계정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손절매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주가하락이 지속될 경우 은행 등 기관의 손절매 물량이 계속 나와 주가하락
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춘수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투신사들이 저가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은행 등 다른 기관의 손절매 물량 때문인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실탄(자금)이 넉넉치 않은 투신사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 전망 =심리적인 지지선인 900선이 붕괴됨에 따라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영수 동양오리온투신 펀드매니저는 "가뜩이나 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900선 마저 무너짐에 따라 어느정도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전고점(1,066)에서 3분 2 수준인 880선이 다음 지지선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삼위 조사역은 "미국금리인상과 대우채환매 유가상승 등 모든 악재들이
정점에 달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약보합권에서 바닥을
다지다가 2월8일이후 재차 상승시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900선이 무너지면서 실망매물이 추가로 나올 경우 큰 폭의
지수하락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장진모 기자 j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