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기로 한 총선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장원
대변인은 최근 "시민연대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등 주요 단체들이 동참하고
있어 전국의 시민단체를 대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총선시민연대가 추천하는 인사가 포함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하며 덧붙인 말이다.

전국에 2만개 가까운 시민단체가 있지만 4백개 주요단체가 참여한 시민연대
가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24일) 시민연대가 발표하는 낙천.낙선 대상 정치인 명단은 정국의 태
풍의 핵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정치혐오를 느끼던 국민들이 낙선운동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다
여야 정당들도 이를 공천에 반영키로 하는등 시민운동의 "힘"에 굴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민연대가 대표성을 강조하거나 명단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설명은 별도로 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다분히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민운동을 둘러싸고 경실련과 시민연대가 주도권 쟁탈전을 하고 있지않냐는
의문이다.

실제로 경실련은 총선연대가 지난 12일 출범하기 이틀전 서둘러 부적격자
명단을 공개하는등 선수를 쳤다.

때문에 몇차례에 걸쳐서 정정발표를 하는등 검증이 안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시민연대 역시 낙선자 명단의 선정 기준을 발표하면서 다른 단체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이 경쟁하며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저마다 "선명성" 경쟁에 나서다보면 사소한 문제까지 확대.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정치권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상대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사이비 시민단체"를 만들어 선거에 개입
하려 한대도 막을 도리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WTO(세계무역기구) 시애틀회담을 중단시킬 정도로 시민단체 비정부
기구(NGO)는 "제4의 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점차 세를 얻으면서 권력기구화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제일은행의 한 간부가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는
참여연대가 실무진은 무시하고 행장만 만나려하는등 관료주의화되고 있다"고
비판한 점을 시민단체들은 곰곰히 새겨야 할 것이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격언을 새삼 들먹일 필요없이 시민단체들은
도덕성에 항상 충실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도덕성의 초심을 잃는다면 정당성의 붕괴는 시간문제다.

< 정태웅 정치부 기자 reda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