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 내게도 찾아올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졌던 중장년층에게
어김없이 새 천년은 시작됐다.

이들에게는 거울속의 잔주름과 함께 걸을때마다 무릎이 쑤시는 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와 나이듦을 실감하게 된다.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하다든가 걸을 때마다 무릎이 쑤셔 병원을 찾아가니
이렇다할 검사도 하지 않고 의사는 덤덤하게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말한다.

이때 왜 생기냐고 물으면 나이 탓이라고 끊는 의사의 한마디에 기가 죽어
버리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한의학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을 간장과 신장의 문제로 결론짓는다.

이는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간장과 신장의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

즉 간장과 신장은 장기의 구조적 기능에만 국한되는게 아니고 타고난
근골격계및 비뇨생식기계의 성장과 기능을 총괄해 관장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나아가 장기의 허실은 타고난 것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섭생에 따라 퇴행성
변화를 늦추거나 가볍게 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우선 간장과 신장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주된 적은 과로이다.

과로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과로했다고 생각되면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는 버릇을 길러야 한다.

한방생리학적으로 볼때 간장과 신장은 관련조직인 근육과 골격의 기능을
향상시킴으로써 개선시킬수 있다.

특히 하체 근력을 기르면 무릎이 외부 자극에 대해 저항성을 갖게 됨으로써
퇴행성 관절염을 직접적으로 예방할수 있다.

만일 피곤하고 근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무릎에 과도한 부하가 걸린다면
이는 퇴행성관절염의 직접적인 방아쇠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영양섭취가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쪼그리고 앉아 밭일을 하는 등의
일과가 주된 퇴행성관절염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교통이 발달된 도시사회에서는 운동부족으로 허약해진 다리가 뚱뚱한
몸통을 지탱하지 못해 생기는 관절염이 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비만한 체중을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에서 비롯된다.

갑자기 안하던 조깅을 30분 이상씩 한다든가, 3시간 이상 무릎을 이용해
걸어야 하는 골프를 시작하면 무리가 따른다.

허약한 다리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눈에 띠는 것은 줄여보고 싶은 부푼
뱃살뿐인 것이다.

이런 사람이 운동을 시작하려면 가벼운 맨손체조를 규칙적으로 해보면서
다리의 관절을 잘 풀어주는 것을 먼저해야 한다.

나아가 발바닥이 땅에 닿지 않는 상태에서 하체근육을 단련시키는 운동기구
를 사용한다든가 수영을 하는 것이 좋다.

< 정석희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 >

(02)958-9299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