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이 도이체방크를 통해 자본을 확충, 2차 금융구조조정 바람을
막을 버팀목을 확보했다.

도이체방크는 3-4월께 DR(주식예탁증서) 인수자금을 내면 한미은행 자본금
은 1조2백61억원이 된다.

지금의 7천4백83억원으로 홀로서기에는 다소 불안했다.

이제 자본금이 1조원을 넘어섬에 따라 엄연하게 중대형 은행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한미은행은 은행권의 2차 구조조정이 있을 때 "사냥감"이 될 것이라는
소리를 들어 왔다.

직원들의 걱정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세계 1위의 도이체방크를 새 주인으로 맞아들임으로써 이같은 불안심리는
상당히 걷혀질 전망이다.

그간 한미은행의 대주주 구도는 불안했다.

한미은행은 작년부터 증자를 추진해 왔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주주인 대우그룹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고 BOA(아메리카
은행)는 한미은행에서 철수할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한미은행은 BOA와의 합작관계를 통해 외국계 금융회사와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도이체방크가 자본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경영상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소 느긋하게 된 한미은행과 달리 자본제휴가 없는 조흥 하나은행 등은
초조해질 것이라는게 금융계 안팎의 관측이다.

국내 은행들이 외국계 금융회사들을 등에 업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수록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시장의 힘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은 구조조정의 바람을 피할 제휴선을 서둘러 찾는게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도이체방크로선 장기투자를 통해 자본이득(캐피털게인)을 얻겠다는
차원이다.

비록 도이체방크는 비상임이사 3명을 파견하지만 한미은행의 경영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견제와 감시를 통해 한미은행의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게 도이체방크의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앞날과 한미은행의 미래가치를 좋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이체방크의 한미은행 지분참여는 외환은행에 출자한 코메르츠은행보다는
느슨한 것이다.

코메르츠은행은 상임이사 2명을 외환은행에 앉혀 직접 은행경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중에 비상임이사만 1명 파견할 예정인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국민은행 대주주)의 자본참여보다는 다소 강화된 형태다.

한미은행 이인호 종합기획팀장은 "한미은행은 자본확충이 절실했고
도이체방크는 직접적인 경영간섭보다는 장기투자를 원해 이번 DR 발행이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미은행이 제값을 받고 도이체방크에 지분을 팔았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도이체방크는 싯가보다 주당 1백50원 높게 지분을 사들인다.

DR를 할인 발행했던 한빛은행이나 할인가격을 제시하고도 DR 발행에 실패한
외환은행의 경우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다만 도이체방크가 한미은행 경영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는 명실상부한
1대주주(지분율 36.2%)가 된다는 점에서 적정 가격이었는지는 논란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