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통령" "역대 최고의 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린스펀은 "고성장-저물가"라는 "신경제 신화"를 일으키며 미 역사상
최장기 경기호황을 주도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FRB 의장으로 연임된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의 연임에 대한 시장반응은 냉담했다.

연임발표는 금리인상 우려를 증폭시키며 뉴욕주가를 폭락시키는 사태를
초래했다.

뉴욕증시의 반응은 그의 앞길에 온갖 난제들이 쌓여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이중 최대 관심사는 역시 과열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 경제의 연착륙 여부다.

미 경제는 지금 대호황이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3.8%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주가는 어떤가.

쉼없이 오른 탓에 경제전문가들마다 "상반기중 적잖은 폭의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금리도 1%포인트 이상 크게 상향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를 다소 진정시켜야 한다는 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경기의 연착륙보다 더 어려운 숙제가 그린스펀
앞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이 문제를 풀면 미 경제도 자동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뭘까.

바로 증시의 "악역"을 자임하라는 것이다.

이와관련, 뉴욕타임스는 5일자에서 그린스펀에게 "투자자들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받더라도 과열경기를 식히고 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쓴 약"을 처방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후에) 떠나는 사람의 아름다운 뒷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린스펀이 졸업한 뉴욕주립대 리처드 실라교수(경제학)도 "그의 인기가
높았던 것은 업무를 잘 수행해왔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앞으로는 일을 잘
하려면 인기를 까먹는 정책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파티장의 흥이 고조될 무렵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게 나의
임무다"라고.

미국경제는 9년째 "호황파티중"이다.

파티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해있다.

그린스펀은 파티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과연 어떤 식으로 다독거릴까.

미 증시의 동향은 우리경제와 증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의
대응은 더욱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 방형국 국제부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