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미술계는 어떤 장르가 주도해 나갈까.

많은 미술전문가들은 설치미술의 부상을 꼽고 있다.

설치미술은 완성된 작품을 전시공간에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전시공간의
여건에 맞추어 작품을 설치하는 이른바 현장위주의 작업.

이는 뉴밀레니엄시대를 맞아 무언가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양식을 갈구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평면회화나 조각작품보다는 형식과 표현면에서 좀더
자유스럽고 독창적인 설치미술쪽이 분위기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씨는 "지난해에도 설치미술이 많이 출몰했지만 새천년이
시작되는 올해에는 아방가르드적 경향을 중심으로한 설치작품이 더욱 자주
전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학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킨 테크노아트 역시 올해 미술계에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는 지금까지의 비디오영상작품에서 탈피, 레이저를
이용한 새로운 예술세계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2월11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리는 레이저아트전이 그것.

여기서 그는 거울과 물, 군사용레이저를 이용해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젠 단순히 캔버스와 물감에 의한 표현보다 과학기술을 이용한 창작의
전개가 새로운 미술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젊은 작가들로부터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미디어아트 역시
테크노아트의 일종.

미디어아트란 기술매체라는 개념에서 보면 영화 비디오 컴퓨터 등을 사용한
예술이다.

이 가운데서도 컴퓨터에 의한 작품은 사이버공간에서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작품세계를 펼쳐 나간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다.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던 지금까지의 미술과는 차별화된다.

이러한 흐름들은 미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형식이나 형태가 파격적이다.

이재언 선화랑 연구실장은 "사이버시대에는 시각질서가 정보매체로
재구성될수 있다.

사이버에 의한 아트는 실험적 미술이 아니고 사회전반의 변화와 맞물린
패러다임시프트의 산물이다"고 설명한다.

서울대 김영나(미술사) 교수도 "첨단 테크놀로지시대를 살아가는 미술가가
수행해야할 삶의 시각적 의미화는 피카소나 워홀이 살던 시대와는 달라질수
밖에 없다.

21세기의 미술방향은 테크놀로지와의 관계에서 많이 좌우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제 캔버스위에 그려지는 사실적 회화만이 미술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설치미술이나 테크노아트쪽이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이에대한
반작용으로 순수회화의 복원운동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미술시대의 류석우주간은 "기존의 미술양식을 뛰어넘는 테크노아트나
설치미술이 기승을 부릴땐 순수회화쪽에서 자기영역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