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서곡인가, 아니면 일시적 충격인가"

종합주가지수가 5일 대폭락했다.

거래소시장의 정보통신 3인방은 물론 코스닥시장의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핸디소프트 등 선도주들이 모두 무너졌다.

지난해말 순매수 행진을 벌였던 외국인들은 대량 매도로 돌아섰다.

투신등 기관투자가들도 주식을 내다팔았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거둬들였지만 하락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언뜻 봐서는 "붕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는 낙폭은 이런 우려를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강한 조정"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지수가 최고 72포인트나 하락했는데 값이 오른 종목이 3백84개나
됐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제시했다.

지수의 하락폭이 컸던 것은 싯가총액비중이 큰 데이콤 SK텔레콤 한국통신
삼성전자 등의 추락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4종목의 하락폭만으로도 지수는 54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시장 전체로 보면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실 이날 하락종목의 대부분은 정보통신 관련주들이었다.

끊임없는 거품논쟁의 대상이 됐던 성장성을 테마로 올랐던 종목들이다.

또 주가가 비싼 SK텔레콤 데이콤 삼성전자 등은 외국인이 대표적으로 선호
하던 종목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감히 손을 대기 어려웠다.

외국인들이 일시에 매물을 내놓으면서 낙폭이 커졌지만 조정을 받을 때가
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같은 하락이 지속될 것이냐 여부다.

물론 미국의 증시상황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 장세로 봤을 때 이날 조정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게 전문가들
의 지적이다.

동원증권 리서치센터 강성모 시황팀장은 "시장의 불균형상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보통신주에만 매기가 쏠리는 왜곡된 시장의 모습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 팀장은 "정보통신쪽의 추세는 일단 꺾이는 모습이지만 장기소외주들의
상승추세는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들이 매도우위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만에 하나 외국인들이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지 않는다고 해도
돈을 빼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이종우 연구위원은 "원화가치의 상승세로 봐서 외국인
들의 자금이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시장이 계속 하락세를 보인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투자심리의 위축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그러나 실적대비 저평가종목에 대한 매수세가 살아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에너지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보인다.

"질적으로는 시장상황이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동원증권 강팀장)는
뜻이다.

한국증시가 밀레니엄 벽두에 돌출된 미국변수라는 초대형 장애물을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조주현 기자 fores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