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디자인, 새 천년의 관계를 맺다"라는 주제로 지난해 8월에 열린
제1회 시계디자인 공모전.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 시계산업의 중요한 이슈를 예측할 수 있는
자리였다.

대상을 차지한 로만손의 "인터넷 타이머"를 비롯,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
시계들이 즐비했다.

"전세계 시계업체들의 제품 수준은 상향 평준화됐다. 더 이상 품질만으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라고 최윤집 SWC사장은 지적한다.

이처럼 이제는 디자인이 시계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다.

한국 시계산업의 현실은 어떤가.

국내 40개 업체를 대상으로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20%가 한국 시계가 가진
"디자인의 유사성"을 꼽았다.

이는 곧 과당경쟁(36%)으로 이어진다고 답변했다.

비슷한 디자인으로는 한정된 바이어들을 놓고 "제살깎기"식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취약점을 없애고 21세기 "디자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삼성그룹에서 분사한 SWC(전 삼성시계).

이 회사는 앞으로 3개월마다 80여 디자인 모델의 모형시계를 바이어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바이어와 수출상담을 할 땐 디자이너가 함께 참석한다는 원칙도 세우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소감과 변경요구 등을 듣고 즉시 반영하기 위해서다.

전체 직원(34명)의 5분의1인 7명을 전문 디자이너로 채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분사한 후 1억원을 투자해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디자인 전산시스템도
제 몫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 시계로 화제를 모은 로만손(대표 김기문)도 마찬가지다.

한발 앞선 첨단 디자인으로 브랜드가치를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사장은 "로만손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지난해 각종 국제 전시회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며 "그 결과 브랜드 가치가 6백89억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경희대 김성제 교수팀으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도 세계 박람회에 빠짐없이 참가, 첨단 흐름을 놓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백만달러 이상을 수출해 무역의 날 포상에서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엣센스시계(대표 김철중)도 각오가 야무지다.

예물시계 전문업체답게 기존 세라믹과 텅스텐 소재에 이어 보석으로 만든
여성용 팔찌시계를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다는 불안감을 반영한 복고풍 디자인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샤리프"로 유명한 미셸끌로드시계(대표 임성재)는 우아함과 섹시함을
표현하는 도시감각의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이를 무기로 중동지역외에 다른 해외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개성파 N세대를 타깃으로 한 또 하나의 브랜드 "배르디노"는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시계공업협동조합의 김대붕 부장은 "이들 토종 기업들과 첨단 디자인을
내세워 한국에 진출해 있는 스위스의 스와치, 일본의 카시오 등 다국적
기업들과의 한판 대결이 새해엔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 전망"이라고 말했다.

<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