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의 철학소설 두권이 번역출간됐다.

그는 대처 전 영국수상의 정책자문위원을 지냈던 문예미학자.

이번에 내놓은 "크산티페의 대화"와 "프뤼네의 향연"(민음사)은 플라톤의
작품을 독특하게 패러디한 것이다.

기원전 4세기의 문헌 "크산티페의 대화"를 발견했다는 거짓말로 시작되는
"크산티페의 대화"는 플라톤의 저술에 나오는 대화들이 일종의 허구라는 점을
하나씩 밝혀나간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서구 형이상학의 근원이 되는 플라톤의 철학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파헤친다.

그리스 철학과 플라톤의 사상을 전혀 색다른 시각으로 뒤집어 본 것이다.

그는 "우리 삶에서 허구가 얼마만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확대시켜 "서양철학사의 근원적 허구와 참 진리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프뤼네의 향연"은 그리스 여인들의 성과 에로스에 관한 내용이다.

원래 플라톤의 "향연"은 소크라테스와 그의 동료들 사이에 벌어진 사랑
논쟁을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이를 패러디한 "프뤼네의 향연"은 플라톤 식의 정신적 사랑을
지지하는 쪽과 육체적 사랑을 지지하는 쪽의 논리를 거꾸로 검증한다.

플라톤이 지었다는 장편 연애시를 통해 이성의 육체와 성애만 탐닉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드러내는 대목도 이채롭다.

이 작품은 페미니스트나 동성애 인권운동가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에게 성과
사랑에 대한 철학적 논의의 출발점을 제공한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