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서 작은 동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인접해 있는 한국통신과 가스공사 토지공사 등 "공기업 3총사".

이들 공기업 직원들은 우리 사주의 주가로 인해 희비가 엇갈린 연말을
보내고 있다.

지난 한햇동안 정보통신 관련 주가가 급등하면서 한국통신 직원들은 대부분
수천만원의 목돈을 쥘 수 있게돼 희희낙락하고 있는데 반해 가스공사 직원들
은 주가가 공모가에도 못미치자 울상을 짓고 있다.

토지공사의 경우 그나마 우리사주를 배정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직원들은
아예 낙담하고 있다.

같은 공기업 직원들이지만 증권시장의 주가양극화로 처지가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풍속도다.

한국통신 주가는 증시 폐장일인 지난 28일 17만9천원.

이 회사 직원들이 가진 우리사주의 평균 매입가격은 2만7천원선.

1주당 15만원 이상의 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세차례의 우리사주 배정으로 이 회사 4만여명의 직원(전국 지사
포함)들은 한 사람이 3백-4백주씩을 갖고 있어 5천만원이상의 목돈을 쥘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직원중에는 그동안 다른 직원들에게 배정된 우리사주를 꾸준히
사모아 5천주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줄잡아 10억원에 가까운 재산이다.

한국통신 직원들은 자사 주식만 갖고 있는게 아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황제주"의 하나로 꼽히는 자회사
한국통신프리텔 주식도 2백-3백주씩 갖고 있어 주머니가 더욱 든든해지고
있다.

한통프리텔 주가는 지난 28일 28만4천5백원.

한통 직원이 두차례에 걸쳐 배정받은 프리텔 주식 평균매입가는 1만9천원.

주당 무려 26만5천5백원의 차익이다.

한 사람당 대략 7천만-8천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리텔 주가는 새해들어서도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한통 직원들 가운데에는 오히려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른다.

한통프리텔로 옮겨간 직원들이 본 이득과 비교하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감출 수 없기 때문.

지난 97년 한통프리텔이 출범하면서 한통 직원 상당수가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때 많게는 1만주까지 배정받은 사람들도 꽤 된다.

프리텔의 경우 30대초의 대리급이 평균 3천주를 보유, 무려 9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

프리텔 직원들 가운데 이미 ''20억대 부자''만도 2백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한국통신의 한 간부직원은 "3년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옛 동료나 한참 어린 후배가 프리텔행 티켓을 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십억대의 거부가 돼버린 상황이 도무지 혼란스럽다"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통신은 그래도 다행이다.

한통 직원들의 산책로로 이용되는 작은 동산을 하나 넘으면 닿는 가스공사
와 토공으로 가면 이런 얘기는 ''배부른 소리''다.

가스공사의 경우 지난 15일 3만3천원으로 상장된 주식이 지난 28일
2만9천7백원으로까지 떨어졌다.

직원 한 사람당 1주당 3만3천원씩 1천주 안팎을 배정받은 점을 감안하면
3백만원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우리사주가 이들에게는 목돈을 쥐게 해주는 보물이 아니라 ''애물''이 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가스공사 직원들은 동산 너머에 있는 한국통신 직원들과 견주면서
허탈감에 젖어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도 앞으로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가스공사를 부러워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가스공사와 정문을 마주 대하고 있는 토지공사 직원들이다.

이 회사 직원들에겐 한국통신과 가스공사의 ''희비쌍곡선''도 아예 남의
일이다.

우리사주 자체가 없기 때문.

그러다 보니 좋아할 일도 슬퍼할 일도 없지만 이 회사 직원들 사이엔
"같은 공기업인데 우리만 낙동강 오리알이냐"며 한탄하는 소리도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회사 경영진들은 흉흉(?)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분당 공기업 3총사''의 경우처럼 우리사주를 둘러싸고 희비가
엇갈리는 새로운 풍속도는 새해에도 계속되리란 전망이다.

''정보통신관련주 강세, 제조업 등 기타주식 약세''라는 양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많기 때문이다.

< 문희수 기자 mh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