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동쪽에서 불자
별들이 서천으로 쓸려 간다

권경업(1950~) 시집 "자작숲 움 틀 무렵"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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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가 지리산 새벽 등반에서 본 풍경으로, 새벽에 산을 올라보지 않은 사
람은 모르는 정서다.

비록 두 행에 지나지 않지만 바람과 별들이라는 두 말에서는 온갖 산냄새
나무냄새 풀냄새가 나고 동쪽과 서쪽이라는 두 단어에서는 그 앞에 서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 없이 작아지는" 자연에 대한 외경심 같은 것이
느껴진다.

"별들이 서천으로 쓸려"가는 것은 사실이 아닌 비유로서, 이 비유가 실감을
더하고 있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