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성업공사를 통해 은행 외화부실채권 5억여달러어치를
사들이겠다던 정부발표가 "공염불"이 됐다.

정부 기대와는 달리 은행들이 채권매각을 꺼려 실제 매입액이 당초 발표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4천6백만달러에 불과했다.

성업공사는 20일 기업 한빛 외환 주택 하나은행 등 5개 은행으로부터 외화
부실채권 4천6백79만달러어치(채권액)를 매입했다.

매입가격은 1천5백30만달러였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 1천5백만달러어치를 비롯해 한빛은행 8백만달러어치,
외환은행 9백만달러어치, 주택은행 7백만달러어치, 하나은행 7백70만달러어치
등이었다.

성업공사가 은행으로부터 외화부실채권을 사들이면 외환시장에는 사들인
채권금액 만큼의 달러수요가 창출된다.

성업공사는 매매대금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고 은행들은 매매손이 난 만큼을
외화로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거래로 발생한 외환수요는 채권액인 4천6백만달러 정도였다.

이는 "12월중에 외화부실채권 5억여달러어치를 매입해 5억여달러의 수요를
만들겠다"고 한 지난 7일 재정경제부의 발표와는 크게 차이나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올해 결산에서 얼마의 흑자 또는 적자를
낼 것인지 다 짜맞춰 놓은 상태"라면서 "지금 외화부실채권을 매각하면 이
계획이 엉망이 돼버리는데 누가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 계획상 2억달러어치를 매각할 예정이었던 산업은행의 경우
외화부실채권을 매각하면 3년연속 적자를 내게 된다"면서 "그러면 은행장
이하 전 임원이 문책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반발이 심했다"고 전했다.

< 김인식 기자 sskis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