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씨가 본명 "영일"로 이름을 바꾼 뒤 첫 시선집 "꽃과 그늘"
(실천문학사)을 내놓았다.

표지 제목밑의 "노겸 김영일(김지하) 지음"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시선집은 시인.소설가겸 실천문학사 대표인 김영현씨가 젊은 독자들을 위해
가려 뽑은 서정시 1백편으로 구성돼 있다.

일곱권의 시집 가운데 "비오는 밤" "사랑" "빈 방" 등 어둠이나 분노보다
밝음과 따뜻함을 담은 작품위주로 고른 것이다.

김씨는 시선집 뒤에 원고지 2백장 분량의 후기를 첨부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준 "인생은 사막이여. 술은 꽃이여"라는 말에서 꽃과
그늘의 미학을 발견하고 시의 핵심 원리를 추출한 과정부터 자신의 시세계와
사상의 뿌리를 총정리한 내용이 들어있다.

맨 마지막엔 필명 "지하"를 버리고 본명으로 되돌아온 내력과 "활동하는
무"의 미적 패러다임에 관한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다.

그의 호 "노겸"처럼 투쟁 대신 "근로"와 "겸손"으로 민족과 역사에 소박한
꽃 한 송이를 피우겠다는 서원이 녹아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