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커피란 것이 요상시런 물건이드랑께... 인자 담배맹키로 인이 딱
백에부러서 밥묵고 한잔썩 안허먼 소화가 안 된단께로... 서울서넌 커피맛을
알아야 문화인 축에 들고, 커피맛을 알아야 인생을 아는 것으로 친담스로?"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한강"에 나오는 한 등장인물은 커피에 관해 이렇게
예찬론을 펼친다.

실제로 커피는 위산 분배를 촉진함으로써 이 등장인물의 말대로 소화를
도와 준다.

밥을 먹은 뒤 속이 더부룩할 때, 특히 고기를 먹은 다음 커피를 마시면 속이
편해지는 수가 많다.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빈 속에 커피를 마신 뒤 또는 연달아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신 뒤 속이
쓰리거나 신물이 넘어와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 중에는 식사 후라든지, 고기를 먹은 뒤에만 커피를 마시는 이도 있다.

커피와 위, 커피와 소화기질환에 관해서는 말이 많다.

내과의사들은 소화기질환을 앓는 환자는 커피를 삼가는게 좋다고 말한다.

일반인이라도 공복에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면 커피 제조업체들은 커피가 속쓰림이나 위궤양을 악화시키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커피가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는 점에 대해선 이론이 없다.

커피업체들은 커피가 위산 분비를 촉진, 결과적으로 소화를 돕는다고
말한다.

또 블랙커피를 마시거나 공복에 커피를 마셔도 위가 상하지 않는다고 주장
한다.

커피 애호가들은 대개 술 담배도 좋아하는데 과음과 흡연이 소화기질환을
초래하는 것이지 커피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서식품이 발행한 "커피와 건강"이란 책에는 영국 커피과학정보센터에서
나온 보고서가 인용돼 있다.

이 보고서는 "커피를 마시는 것은 위궤양의 발생과 무관하며 속쓰림과
커피의 상관관계도 찾을 수 없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얘기는 다르다.

의학계에는 커피가 위산과다 위궤양 위식도역류 과민성대장염 등 소화기
질환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내과 송치욱 교수는 "소화기질환자라 해도 일률적으로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말할 순 없다"면서 "다만 커피를 마신 뒤 소화기증상
이 나타나는 사람은 많이 마시지 않는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홍보팀의 한종률 팀장은 "일반인에겐 문제될게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식음료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