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벤처"인 기업을 가려내기 위해 벤처기업 지정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중소기업특별위원회(위원장 안병우)의 벤처정책 개선안이 벤처업계와
중소기업청의 반발로 시행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중기특위가 16일 서울 여의도 기협중앙회에서 개최한 "벤처기업지원시책
평가 및 발전방안" 공청회에서 벤처거품에 대한 정부의 규제안에 대해 시장의
원리에 맡기자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주요 쟁점을 정리한다.


<>벤처지정 요건 강화 =이날 소개된 개선안은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등록제로
강화하고 지정후 6년까지만 지원을 받는 졸업제의 도입을 뼈대로 하고 있다.

고정석 일신창투 사장은 "무늬벤처를 막기 위해 사업연수를 제한하면
중견벤처가 역차별 당한다"며 "심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순 로커스 사장은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강한 중견기업을
키우자는 게 벤처정책의 목적"이라며 "졸업제를 도입하는 것은 새로운
형식주의"라고 비판했다.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도 "등록제에 반대한다"며 "벤처지원을
단계별로 차별화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벤처지정요건 강화조치를 취한 중소기업청의 최준영 국장이 더 이상의
지정요건 강화안에 강한 반대입장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최 국장은 "벤처확인을 받으면 자금이 자동지원되는 것처럼 잘못 이해되고
있다"며 "등록제를 도입하는 등 대수술을 해야할 만큼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코스닥등록요건 완화를 제외하면 벤처기업에만 돌아가는 지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종렬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국장은 "창업초기 기업과 3~4년
지난 기업의 어려움은 다르다"며 "사업년수 제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 거품론과 부실창투사 구조조정 =중기특위는 코스닥거품을 빼기
위한 안의 하나로 매각제한 규정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코스닥등록후 6개월내에는 지분 10%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하는 것.

고정석 사장은 "내년쯤 코스닥기업의 주가가 차별화될 것"이라며 "규제를
신설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순 사장은 "거품에 대한 공방은 자본주의의 고전적인 딜레마"라며
"기업 투자자 분석가 등의 경제주체가 성숙될 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할 아픔이라는 얘기다.

부실창투사의 구조조정안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나왔다.

고 사장은 "초법적인 발상"이라며 "창투사가 투자기업의 코스닥등록후
지분을 파는 것은 재투자를 위한 선순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시기능을 강화해 불공정 거래를 찾는 시스템 구축이 더 급하다"고
지적했다.

공종렬 국장도 "코스닥시장의 규제는 벤처의 속성상 맞지 않다"며 "그러나
창투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지도감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행정 체계 =최경환 위원은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벤처지원센터를
세우는 바람에 "센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며 "중기특위와 중기청
을 합쳐 벤처정책을 총괄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종렬 국장은 "중기청과 중기특위가 창구역할만 하면 되는데 실적까지
내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국장은 "부처별로 운영되고 있는 창업지원센터는 성격이 모두
다르다"며 "중복지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기청과 중기특위를 합치는 방안에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벤처지원시책 평가 및 발전방안을 발표한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이사
는 "이해관계자의 세밀한 조정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이날 소개된 안의
방향이 틀릴지라도 서로간의 입장차이를 좁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특위는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중 새로운 벤처정책안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 오광진.장경영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