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 한국은행 총재 >

[ 도서명 : ''변형성장의 일반이론''
저자 : 에드워드 넬
(The General Theory of Transformational Growth)
(by Edward J.Nell,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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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수준은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이론의 설명력과 예측력에 달려 있다.

또 장래현상이 바람직하지 않으면 고칠 수 있는 대응력을 갖추어야 한다.

만일 학문이 이 세가지 요소를 지니지 못하면 한낱 지적 유희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 세가지 능력을 높이고자 한다.

그 가운데 예측과 대응책은 반드시 구체성을 지녀야 한다.

구체성없이 개연성만 제시하면 실현성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예언자연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사실,개연성만 제시하는데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간의 인식한계와 사물의 불확실성 및 불확정성 탓이다.

그래서 학문의 역사는, 인간의 인식한계와 불확실성 및 불확정성의
극복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점에 비춰볼 때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경제에 대한 예측력은
크게 떨어졌다.

경제구조와 질서에 대변혁이 계속되어 불확실(정)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우리의 인식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측력을 높이는 것이 학계와 정부의 주요 과제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불확실(정)성이 높기 때문에 경제의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 구조와 질서가 더 높은 단계의 성장력을 발휘하는 변형성장
(Transformational Growth)의 기초를 다져준다.

여기에 대한 새로운 이론틀 하나가 에드워드 넬의 저서 "변형성장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Transformational Growth)"(by Edward J.
Nell,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이다.

변형성장(론)은 안정성장(Steady Growth)의 대응개념이다.

균형분석보다 역사적 변화, 합리적 선택보다 구조 및 제도의 분석 정립을
방법론으로 한다.

시장을 암묵적인 교환체계로 인식하기보다 경쟁적인 화폐교환체계로
인식한다.

따라서 변형성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제도와 질서개혁을 수반하는 구조변동
과 그에 따른 성장을 중시한다.

원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정태적일 수 없다.

끊임없이 균형이 파괴되고 위기가 야기된다.

그 속에서 경제는 불규칙적이고 불균형적으로 성장한다.

성장은 또 시장경제제도와 질서를 변형시킨다.

이런 변형성장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것은 경제(학)의 예측력과 대응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변형성장 기간의 성장률이 불비례적이고 불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구조와 제도가 변형되는 동안 시장의 불안정성과 정부의 시장관리정책도
심화된다.

따라서 구조조정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시장의 불안정성과 정부간섭도
증폭되기 쉽다.

이것이 빠른 구조조정과 시장질서 수용정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만하지 않는 한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측력을 약화시키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의 증폭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는 정책의 확실성과 효율성을 낮추는 요소다.

시장은 끊임없이 구조적 불균형을 만들어 나가기 때문에 다음에는 어떤
변화와 단계가 도래하는가 상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만일 변형성장의 조건과 내용을 인식하지 못하면 위기에 직면할 때 설명력과
예측력 그리고 대응력을 갖추기 어려우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불확실(정)성에
도전해야 한다.

이것이 본론 6편 13장과 결론(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넬의 "변형성장의
일반이론"이 제시하는 시사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