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돌아온 백구"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남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만에 옛주인을 찾아온 진돗개
백구.

과연 백구는 3백km가 넘는 먼길을 어떻게 알고 돌아왔을까?

"귀소본능"을 논하자면 비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비둘기들은 어떻게 수백km 떨어진 곳에서도 자신의 둥지를 찾아올까.

"세상을 바꿀 일곱가지 실험들"(루퍼트 셸드레이크 저, 박준원 역, 양문,
7천9백원)은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동물의 신기한 행동과 자연 인간
과학에 대한 통찰력있는 질문들로 독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저자인 루퍼트 셸드레이크는 이른바 신과학을 주창하는 생물학자.

"형태장"의개념을 창안해 사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책은 제목대로 일곱가지 실험으로 구성돼 있다.

첫번째 실험은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를 아는 애완동물들.

주인이 돌아오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애완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동물만의 예지력이 있을 가능성을 탐색해본다.

두번째 실험은 비둘기다.

자기장 이론, 태양항법 이론등 수많은 가설로도 비둘기의 귀소능력을
설명해내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믿어온 "자연의 완벽한 질서"도 실험대상이다.

빛의 빠르기는 29만9천7백92.458km로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1928~45년 사이에는 초당 약 20km가 느려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거짓 약이 실제로 병을 낫게 하는 "플라시보 효과"도 다시한번 들여다본다.

자신의 기대대로, 예언대로 행동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얻어내도록 하는
"정신의 힘"의 실체는 무엇일까.

책에서 제기하는 의문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현대과학이 뾰족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제도권 과학의 경직성에서 찾는다.

"기초적인 많은 의문들이 미해결의 상태로 열려있다. 우리는 이제 신선한
발견이 가능하도록 북돋워주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된 새로운 과학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기존 과학의 상상을 뛰어넘는 열린 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게 저자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핵심이다.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